파도와 소녀, 갈매기들의 한바탕 신나는 물놀이
어느 화창한 여름날, 바닷가에 놀러온 소녀와 파도와 갈매기들의 신나는 하루가 글자 없이 그림만으로 생생하게 전달된다. 바다를 보고 한달음에 바닷가로 뛰어간 소녀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다를 바라보지만 아직 뛰어들어 놀기에는 겁이 난다. 일렁이는 파도가 다가오자 뒤돌아 도망가는 모습이 앙증맞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소녀는 파도에게 소리를 지르며 겁을 주는가 싶더니 어느새 첨벙첨벙 물장구를 치며 파도와 친해진다. 자신감 넘치는 소녀의 발길질에 파도가 다시 한 번 으르렁거리며 장난을 치지만 소녀는 더 이상 도망가지 않고 커다란 파도를 당당히 받아들인다. 소녀와 파도가 하나가 되는 순간이다. 순간 회색빛이던 소녀의 치마도, 하얀 여백으로 남아 있던 하늘도, 바다와 같은 파란색이 된다. 소녀는 커다란 파도가 선물한 조개와 고둥, 불가사리 등을 가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소녀와 함께 도망가고, 파도와 장난치면서 놀았던 장난꾸러기 갈매기들도 파도의 선물에 덩달아 신이 났다. 소녀와 파도, 갈매기들이 펼치는 한바탕 신나는 물놀이를 보고 있으면 마치 철썩이는 파도 소리와 소녀의 웃음소리, 끼룩끼룩 갈매기 우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는 것만 같다.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만한 바닷가에서의 일상을 아이의 눈과 마음으로 담아낸 이 그림책은 보는 내내 긴장과 재미를 주며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파도와 아이가 서로를 견제하는 듯한 심리적인 대립 구도가 점점 커졌다 작아지면서 친구가 되는 과정이 생동감 있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친구인 파도를 대하는 아이의 기대와 두려움, 즐거움, 교감 등 심리 변화를 따라가면서 보는 것도 재미있다.
절제된 색과 자유로운 선으로 담아낸 한여름 바닷가 풍경
이 그림책은 글자도 없고, 화려한 색도 없다. 목탄을 사용한 먹색과 파랑색이 전부이다. 선과 배경도 단순하다. 하지만 글이 많고, 색이 화려한 책보다 더 풍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단순화시킨 선과 색이 인물들의 표정과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