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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관동 800리 인문기행
저자 권혁진
출판사 산책(일원화
출판일 2020-07-01
정가 15,000원
ISBN 9788978640831
수량
고성
맑고 넓으며 깊숙하고 그윽한 아름다움 화진포 15
신선은 이제 오지 않는다 선유담 21
기괴함의 미학 능파대 28
학이 우니 하늘까지 들리네 천학정 35
역사를 다시 쓰다 청간정 40
만경창파 굽어보는 곳 만경대 50

속초
화랑이 노닐던 곳 영랑호 57
용이 밭을 갈다 청초호 64

양양
낙산사의 보물은 무엇일까 낙산사 71
배꽃 흐드러지게 피다 이화정 82
세 가지 미덕 의상대 86
붉은 연꽃 위 관음보살을 친견하다 홍련암 92
만물을 윤택하게 하는 것은 물보다 성한 것이 없다 동해신묘 98
기이함의 미학 하조대 104
고구려의 혈산현, 신라의 동산현 동산리 109
신선이 사는 곳 죽도 113

강릉
깨끗하고 아늑한 정취가 경포호보다 낫구나 향호 121
교문암에서 혁명을 떠올리다 애일당 127
박공달과 박수량이 노닐던 곳 쌍한정 133
욕망이 사라진 곳 호해정 140
술을 금하고 여색을 멀리하라 홍장암 145
다섯 개의 달이 뜨는 곳 경포대 149
아침 해 간담을 비치네 해운정 157
예절의 가르침이 어찌 자유를 구속하겠는가 허난설헌생가 162
신선이 노닐던 곳에 솔바람 소리만 한송정 167
연꽃 향기 스며들다 풍호 173
파도 이겨내고 홀로 바닷가에 서다 허리대 177
아, 해 뜨는 광경 어떠합니까 등명낙가사 182

동해
해당화는 불타는 듯 백사장은 눈 내린 듯 송라정(애연정 189
바다 옆 뛰어난 곳 만경대 193
산 위로 나는 가을 독수리가 머물던 곳 해암정 197
마르고 굳센 아름다움 능파대(촛대바위 201

삼척
관동제일, 그리고 제일계정 죽서루 209
동해 수호의 중심 진영 육향대 219
감당나무를 자르지 마라 소공께서 쉬시
<관동 800리 인문기행>에서 다루는 공간은 동해안이다. 『관동 800리 인문기행』은 관동팔경뿐만 아니라 그 사이사이에 시문과 그림이 창작된 문화공간을 찾는 여정의 기록이다. 여정 속에서 이미 사라진 공간에서 가슴 아파한다. 사라져가는 공간을 찾아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하고, 까맣게 잊고 있었던 공간을 찾아 의미를 다시 음미하기도 한다.
산으로 둘러싸인 고성의 선유담은 낮은 담장 같은 모래 언덕을 경계로 바다와 나뉘어져 있었다. 선인들은 선유담을 ‘그윽하고 한가하며 얌전하고 고운 것이 규방의 처자 같고, 밖으론 어둡고 안으로 밝은 것이 덕을 숨긴 어진 선비 같다’고 평하였다. 신선이 노닐만한 잔잔한 호수가 떠오른다. 그러나 선유담은 육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회복 불능 상태가 되었다. 이밖에도 강릉 호해정 앞의 경포호도 매립된 지 오래다. 김홍도의 그림 속에서 옛 모습을 겨우 찾아볼 수 있다. 일출뿐만 아니라 달구경이 으뜸인 낙산사의 이화정도 시문 속에서만 볼 수 있게 되었다.
강릉의 풍호는 옛 책에 “호수의 둘레가 4㎞쯤 되어 크기는 경포에 미치지 못하나 호수 중심에 연꽃이 만발하여 경포에서는 볼 수 없는 경치를 이루고 있다”고 풍호를 기억하고 있다. 인간세상과 다른 별세계로 ‘그윽하고 고요하며 평안하고 안온[幽靜平穩]’한 아름다움을 지녀서 잡다한 현실에서 벗어나 힐링하기에 적당한 곳이었던 풍호는 시 속에서만 꽃을 피우고 추억 속에서만 향기가 남게 되었다. 폐기물로 메꿔지고 농지개발로 사라지고,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강릉 하시동리에 있던 풍호는 연꽃이 사라진 채 골프장 옆에 일부분만 남아 있다.
허리대는 우리가 까맣게 잊고 있었던 공간이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등장할 정도로 강릉 지역의 명소인 허리대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서 감흥을 시로 남기기도 했고, 여행기에 생생하게 기록하기도 했다. 허리대는 바닷가에 철조망이 설치되면서 점차 기억에서 사라져 갔다. 양양 낙산사 옆에 동해신묘가 있다는 것을 아는가. 강릉의 향호 이곳저곳에 선인들의 시문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