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화력에 2017년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된 박건의 미니어쳐작업은 공산품에 대한 탄성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예술과 생활, 일상과 환상, 소재의 넘나듦, high와 low가 자유롭게 변주되는 세상, 노동력과 창의력에 비해 터무니없는 가격 등이 그를 끌어당겼다. 특히 자신의 노동력으로는 넘볼 수 없는 그 완결성에 매료되었을 것이다. 평소 장르, 권위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예술적 태도가 이 공산품들을 작품 안으로 가볍게 끌어들였다. 현대미술에서 공산품이 소재나 주제가 되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현대인들은 일상생활에서 이 공산품들을 특별한 필요 외에도 축소, 확대, 과장하며 매일 소비한다.
박건은 이 흔하고 값싼 물건들에 서사적 호흡을 불어넣는다. 작가적 손길로 쓰다듬고 대화하며 슬쩍 꼬집어 다른 세상으로 안내한다. 그가 평생 유지해 온 일상에서 예술 만들기, 생활과 노동에 대한 헌사가 유니크한 작품으로 탄생하는 순간이다. 박건의 미니어처 작업들은 스스로 제작한 것은 거의 없다. 이미 만들어진 것을 요리 붙이고, 조리 합하고, 살짝 변형 시켜 동시대에 걸맞은 시각언어로 활용한다. 버려지거나 값싼 재료가 그의 손바닥 안에서 예술이 된다. 대부분 10cm 안 되는 피규어와 일상재료들을 날것으로 살려 쓰고 있다. 흉내 낼 수 없는 정교함에 대한 오마주이자 그것을 만들어 낸 공장노동자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이다.
80년대 초중반 <꽝>, <코카콜라>, <강>, <궁정동> 등 미니어처 작가로서 분명한 족적을 보여주었던 박건의 촉이 30년이 지난 지금 더욱 발랄해졌다. 소꿉 하듯 미니어쳐의 이모저모를 뜯어보니 인간사 바닥이 보인다. 특히 해골 관절 인형은 그에게 딱 맞춤한 소재이다. 해골은 나이, 인종, 계층이 불분명하다. 삶과 죽음이 한 몸에 있다. 표정은 없지만 묘한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 <재규어1026>, <개돼지새똥>, <강416> 작품들은 쇳조각, 작은 장난감, 선물용 수건, 버려진 전자 부품 등으로 역사의 한 장면을 압축해 은유한다. 부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