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보기

도서명 고마워요 봉려관 (양장
저자 윤필 외공저
출판사 북뱅크
출판일 2020-10-30
정가 16,000원
ISBN 9788966351251
수량
제1장
포구의 소녀, 려관
절샘이 있는 마을에서 태어난 아기
포구의 소녀, 려관

제2장
어머니가 되다
꽃피는 봄날, 꽃가마를 타고
시련, 그리고 산천단으로, 비양도로
말을 타고 제주를 달리며 사람들을 돕다

제3장
비구니 봉려관이 되다
출가
관음사, 2백년 만에 제주도에 절을 세우다

제4장
조국을 위해 부처의 뜻대로 살다
스님들과 의병의 죽음을 보다
법정사, 항일운동의 터전을 세우다
말을 타고 달리는 스님
폐사가 된 절들을 다시 일으키다
지는 연꽃 자취 없어라
<본문 발췌>

드디어 포구에 배가 닿아 내리는데 집안의 일꾼이 달려와 소리쳤습니다.
“나으리, 빨리 오셔요. 곧 아기가 태어날 것 같습니다.”
“정말이냐?”
안 처사는 한달음에 집까지 달려갔습니다.
대문을 막 들어서는데, 안에서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크게 들려왔습니다. 곧 방문이 열리고 시중드는 어멈 하나가 대야를 들고 나왔습니다. 산파 할멈이 안 처사를 발견하고는 안으로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습니다. 안 처사는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부인 신씨 옆에 자그마한 생명이 누워 있었습니다.
“부인, 정말 고생했소. 부인 덕분에 이렇게 귀한 둘째를 얻었구려.”-p.12-13

가을이 지나고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자 려관은 어머니에게 말했습니다.
“어머니, 날도 춥고 바람이 너무 무섭게 불어요. 어른이 입을 솜저고리하고 신발 한 켤레를 주시면 안 될까요?”
신씨 부인이 어린 딸을 보았습니다.
“그 옷과 신발이 왜 필요하니?”
려관은 눈물까지 그렁해져서 어머니에게 매달리며 말했습니다.
“옆집 아주머니가 매일 포구를 헤매 다니느라 옷이 다 해졌어요. 신발도 없고, 발도 상처투성이고요. 겨울이 오는데 떨어진 옷과 맨발로 바닷가에 서 있으니 얼마나 춥겠어요? 옷과 신발을 갖다 주고 싶어요.”
딸의 간절한 얼굴을 보자 부인은 그 청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p.20-21

“열 살이 넘은 아들딸은 그렇다 쳐도, 갓 태어난 젖먹이까지 두고 기도한다고 나가다니….”
사람들은 비웃었습니다.
거친 땅과 바다를 터전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제주 사람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태풍과 폭우, 풍랑 같은 자연재해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주 사람들은 부처님을 모시고 기도하는 일이 일상이고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조선후기 유교를 숭상하며 불교를 배척하고 억압하는 정책이 2백 년 넘게 이어지자 사람들의 마음에서 부처님은 멀어졌습니다.
려관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집 가까이서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