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날 아침은 날씨가 좋았어.
“사냥하러 갑니다!” 나는 소리쳤지.
처음이라 쉽지 않았어.
사냥감을 잘 고르는 게 비결이라네.
사람들이 귀띔해 주었지.
개 요나스와 함께 집을 나선 나. 화살 두 발은 훈련용으로 날려 버리고 세 번째는 표적의 얼굴 한가운데를 명중시키지만……. 저렇게 압도적인 코뿔소라니!
토끼를 잡아 자랑스럽게 문을 여는데, 글쎄 낯선 친구가 내 자리에 떡하니 앉아 있다!
같이 사는 사람은 사냥하러 나간 사람은 자기 자리를 뺏기는 거라고, 어쩔 수 없다고, 원한다면 집에서 지내며 작은 의자에 앉아도 된다고 하고…….
결국 둘러앉아 토끼고기 수프를 먹으며 낯선 이의 이야기를 듣는데, 자기 이름은 코코이고 크레페와 호두 케이크를 좋아하고 콧수염 기르는 게 꿈이라고 한다. 나도 그런데.
그때부터 쉽지 않은 일상이 시작된다. 코코가 내 잠옷을 억지로 껴입거나 내 말에 오르거나 우리 아버지에게 엽서를 쓰거나 내 여자 친구에게 전화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으니까.
하지만 끝까지 지켜보니 코코는 좋은 친구였다. 모닥불 가에 둘러앉아 노래도 하고 하모니카도 불고, 아주 재미있었다. 사실 빼앗긴 내 자리가 그리 아쉽진 않았다!
■ 화창한 날 아침에 나갔다 왔는데, 한집에 사는 사람들이 처음 보는 노란 광대와 카드 게임을 하며, 낯선 이가 네 자리를 차지했다고 설명하는 상황이라니. 전혀 모르는 사람이 자기 물건과 자기 인생을 빼앗는 것을 두고 볼 수 있을까?
‘사냥 나간 사람은 자리를 뺏긴다. Qui va a la chasse perd sa place’라는 프랑스어 옛 표현을 기초로 한 매우 독창적인 그림책이다. 자리를 뜨면 자리를 잃는다는, 구약성경 창세기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는 유명한 속담이라는 이 표현은 인간의 마음속 깊숙이 자리한, 불안과 공포를 건드린다. 언제라도 누군가 낯선 이에게 내 것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아주 본질적인 공포.
글 작가 페터는 처음에 노래를 만들기 위해 글을 쓰면서 누군가 자리를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