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진창을 헤매는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이해와 위안,
다시 걸을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이야기들
『모나크 나비』에서 죽음을 소재로 하지 않는 작품이라 하더라도 등장인물들은 모두 상처입고 방황하는 중이다. 「푸른 달빛, 그림자」에서 두 소년은 돌봐줄 가족 하나 없이 힘겨운 삶을 이어나가는 중이며 살기 위해 폭력을 휘두르거나 억누를 수 없는 분노로 인해 방화를 저지른다. 방화, 집단 폭행, 삥 뜯기 등 살벌한 범죄 행위가 연달아 일어나는데도 작품 전반에 어른거리는 것은 슬픔과 연민이다. 미처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세상에 내동댕이쳐진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며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곁에서 지켜봐줄 누군가의 온기인 것이다. 냉혹한 세상은 손쉽게 이들을 사회의 군더더기로 인식하겠지만 두 소년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광경은 약자 사이의 이해와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뱀파이어 울쌤」은 ‘뱀파이어’ 소문이 따라붙은 괴짜 음악 선생과 품행장애를 겪는 여학생 사이의 기묘한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학교라는 제도적 공간은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고 교사와 학생 사이의 위계를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에 일정한 기준에 미달한 존재나 관계는 인정받을 수 없다. 서로에게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었을 중년의 여자 교사와 십대 여학생은 학교 내에서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로 규정될 뿐이다. 상처받고 굶주림에 시달리는 길고양이들이 도시의 흉물 취급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관찰자인 여학생이 이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어 사건 경위에 대해 전모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 상상력을 자극하며 이 작품의 독특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루체」는 집단 성폭력의 잔혹함과 극복하기 어려운 후유증에 대해 이야기하는 문제적 작품이다. 단 한 번의 일탈이 불러온 사건으로 인해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던 십대 여학생은 단번에 바닥으로 추락하고 스스로를 놓아버린 채 사회부적응자가 되고 만다. 치료를 거부한 채 문을 닫아 걸고 자기 안으로 파고들던 ‘나’에게 소라게 ‘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