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1부 흰 목련나무에게
산수유/ 흰 목련나무에게 / 먼산 1 / 먼산 2 / 봄, 눈병 / 소나기 /여름 한낮
황금빛 카펫 / 이웃 / 나이테 / 연리지 / 느티나무에게 / 관음송 / 보경사 소나무
2부 새학년 첫날
고시원 아빠 / 돌밭에서 / 수석 / 만년필 / 마중물 / 모닝커피 / 아침 공기 /
새학년 첫날 / 내 신발 / 괘종시계 / 내비게이션 / 손도장
3부 얌체 직박구리
까치 / 눈 내리는 날 / 까치밥 / 얌체 직박구리 / 늦가을날에 / 앵무새 / 팔작지붕 /
조약돌 / 왕릉에서 / 재롱마저 / 흰소
4부 겨울 한강
여름밤 / 무지개 / 황톳길 / 유리창 / 가을 하늘 / 겨울 한강 / 숭례문 / 끊긴 물 /
수면 안대 / 미세 먼지 / 비무장 지대 1 / 침 / 비무장 지대 2
아무래도 오늘은/대청소날인가 봐.//빗자루 미루나무가/하늘을 쓸어내자//소나기 불쑥 나타나/
물청소 하고 가네.
―〈소나기〉 전문
울고 싶은 나무가/어쩜 저리 많은지//대신 울어 주느라/매미들 숨이 가쁘네.//그 눈물 닦아 주느라/숲그늘 손도 바쁘네.
―〈여름 한낮〉 전문
위 두 작품의 공통점이라면 여름 한낮의 풍경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렸다는 것이다. 〈소나기〉에서는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 대청소를 한 듯 깨끗해진 하늘과 자연의 모습을, 빗자루 미루나무가 하늘을 쓸어내자 소나기가 불쑥 나타나 물청소 하고 간다고 표현하여 공감과 재미를 준다.
〈여름 한낮〉에서는 매미가 숨 가쁘게 우는 까닭을, 울고 싶은 나무가 많아 대신 울어 주기 때문이라고 하여 자연 친화적인 동심의 세계를 역동적이고 생명력 넘치게 보여 준다.
《일어서는 물소리》에 나타난 신현배 동시조의 두 번째 특징은 사물에 대한 시적 관찰과 새로운 이미지 창출이다.
등산 갔다 길을 잃어/소인국 다녀오셨나.//아빠가 배낭 속에 담아온 작은 돌산.//책상에 옮겨다 놓고/걸리버처럼 바라본다.
―〈수석〉 전문
누군가 등 뒤로 와서/내 눈을 가린 것 같다.//더듬어 잡아 보는/앙증맞은 어둠의 손.//그 손에 덜미를 잡혀/꿈나라로 끌려간다.
-〈수면 안대〉 전문
수석은 실내에서 감상하기 위해 산이나 강, 바다 등에서 수집한 작은 돌이다. 두 손으로 들 정도 이하의 작은 자연석으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축경(縮景의 오묘함을 야외에 나가지 않고 실내에서 일목요연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묘미이다. 그런데 위 작품 〈수석〉에서는 대자연의 일부라는 수석에 대한 관찰에서 출발하여 사물에 대한 직관과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시적 화자는 아빠가 배낭 속에 담아온 수석을 ‘작은 돌산’으로 보고, ‘책상에 옮겨다 놓고/걸리버처럼 바라본다.’는 것이다. 아빠가 ‘등산 갔다 길을 잃어/소인국 다녀오셨나.’ 생각하면서. 사물에 대한 시적 관찰을 통해 난쟁이들만 산다는 상상의 나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