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의 동반자였던 두 철학자 장-뤽 낭시와
필립 라쿠-라바르트가 ‘무대’를 테마로 주고받은 10편의 필담!
이 책에서 낭시와 라쿠-라바르트는 ‘대화’라는 고전적인 연극 형식에 기대어 질문과 답변, 동의와 수긍, 반론과 재반론이 이어지는 첨예한 논쟁을 펼친다. 두 철학자는 이전에도 적지 않은 공동 작업을 수행해왔지만 『무대』는 논쟁을 통해 이들 간의 차이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예외적인 저작이다. 예컨대 연극에 대해 사유하기 위해 이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논의를 시작하는데, 가장 먼저 쟁점이 되는 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비극의 6요소 중 하나로 꼽은 옵시스 개념이다. 낭시는 흔히 스펙타클이라 번역되는 ‘옵시스’를 문자 그대로 ‘무대에 놓기’라는 의미에서 무대화(미장센로 명명한다. 하지만 라쿠-라바르트에게 옵시스는 단지 시각적인 요소, 스펙타클에 국한된 것이었다. 이러한 옵시스 혹은 무대의 문제는 곧 ‘형상’이라는 문제로 연결된다. 낭시는 최소한의 형상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라쿠-라바르트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낭시에게 연극에서의 스펙타클은 용인되는 것이지만, 라쿠-라바르트에게는 결단코 불필요한 것이다. 이와 같이 두 철학자의 대화 속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의견 대립 혹은 ‘불화’(낭시의 표현를 짚어보면서 이들이 설명하고 있는 개념들 각각의 복잡성을 인지해가는 일은 독자들의 흥미를 자아내며 지적인 지평을 한층 넓혀줄 것이다.
무대란 무엇인가? 무대라는 공간에서는 무엇이 발생하는가?
라쿠-라바르트와 낭시의 불화의 지점을 읽다
라쿠-라바르트는 무대화라는 용어 대신 행위화라는 개념을 선호한다. 굳이 무대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면, 라쿠-라바르트는 보이지 않는 곳으로 한발 물러선 무대를 가정한다. 그는 눈앞에 있는 ‘재현’ 속에 비가시적인 것을 담으려는 시도를 거부한다. 재현을 거부하기에 그는 미메시스를 재현이 아닌 뜻으로 다시 정의하기를 원한다. 그에게 미메시스는 재현이 아닌 현시, 즉 드러남 그 자체이며 무대는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