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호의 마음 : 시험지 위에 내린 소나기, 어떡하면 좋지?
창밖으로 소나기가 시원하게 내립니다. “후드득 후드득 쏴아!” 하지만 민호는 소나기가 시원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소나기의 강한 빗줄기가 받아쓰기 시험지 위에 그대로 오버랩 되었기 때문입니다.
윤정미 작가의 《소나기가 내렸어》는 이야기의 도입부터 주인공 민호의 감정에 집중합니다. 받아쓰기 시험에서 빵점을 받고 속상해하지 않을 아이는 없을 것입니다. 소나기는 그쳤지만, 여전히 민호의 마음에는 소나기가 내리고 있습니다. 엄마에게 혼날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뒤범벅이 되어 괜히 물웅덩이에 비친 하늘을 흩뜨려 놓습니다.
작가는 초등학생 민호의 감정선과 심리를 섬세하게 다루면서 행동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걱정이 더 쌓여 가고, 무거운 마음을 떨칠 길이 없는 민호. 설상가상 지나가는 자전거가 튀긴 물벼락을 맞고 마음이 더 안 좋습니다. 그 옆에서 한없이 해맑은 동생 민지에게 짜증이 나고, 화가 나는 민호. 누가 그럴 듯한 말로 위로해 주어도 마음이 도무지 편안해지지 않는 민호의 심리가 장면 곳곳에 잘 스며들어 있습니다.
어른이든 아이든 시험 결과에 연연해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좋은 성적을 받으면 날아갈 듯 기쁘지만, 나쁜 성적을 받으면 마음이 우울하고 모든 일에 자신감을 잃게 됩니다. 민호는 그 마음을 극복하고, 다시 기운을 차릴 수 있을까요? ‘이제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날려 버릴 수 있을까요?
★ 민지의 마음 : 소나기가 내리면 우산을 쓰면 되지요!
받아쓰기 빵점을 받은 오빠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맑기만 한 동생 민지. 혼자 물웅덩이에서 물장구도 치고, 비가 내린 후 만나게 되는 개구리, 지렁이를 보며 즐거워합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찬찬히 읽다 보면, 민지가 얼마나 오빠의 마음을 헤아리려 하고, 그 마음을 풀어 주려 애쓰는지 알 수 있습니다. 걱정이 한가득인 오빠가 땅만 보며 걸어가는 걸 보고, 자꾸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