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상하고 굳센 세상의 안내자와
작지만 용감한 여행자가 보여주는 감동적인 바닷길
아기 고래를 나아가게 하는 엄마 고래의 굳건한 사랑
“날 따라 오렴.” 엄마 고래를 쫓아 아기 고래도 힘차게 물살을 치며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갑니다. 넘실넘실 바다와 하나되어 유유히 헤엄쳐 만난 세상은 새롭고 신기합니다. 아득한 어둠과 낯선 물체를 보며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지요. 오직 하나 보이는 건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함께 가고 있는 엄마 고래 뿐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아기 고래는 엄마를 따라 앞으로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위험한 순간이 닥치자, 엄마 고래는 단숨에 거리를 좁혀 아기 고래 곁을 든든하게 지킵니다. 마치 폭풍우 치는 날에 부모 품에 안겨 잠을 자는 아이를 보듯, 세상에서 제일 안전하고 평온한 피난처가 어디인지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북쪽 바다에 도착한 후에 아기 고래를 보며 웃는 엄마 고래의 미소는 기특함과 대견함 그리고 안도의 의미일지도 모릅니다. 이 길고도 험난한 여행이 엄마 고래라고 무섭지 않았을까요, 아기 고래가 있었기 때문에 큰 힘을 냈을 것입니다. 가장 자상하면서 굳센, 세상의 안내자인 엄마 고래.
엄마 고래와 함께여서, 또 아기 고래와 함께여서 서로의 여행을 무사히 마친 고래 가족의 모습이 더없이 행복해 보입니다.
바다의 순례자, 고래
이 책은 매년 지구 반 바퀴나 되는 2만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회색고래 이야기입니다. 따뜻하고 얕은 바다에서 태어난 회색 고래가 시원하고 먹이가 많은 북쪽 먹이장으로 대이동하는 생태적 특성을 처음 여행하는 아기 고래의 감정에 집중하여 세심하고 서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꼬리를 털썩 치며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간 고래 가족은 독자에게 웅장하고도 신비한 바닷속 세상을 보여줍니다. 숲처럼 우거져 보이는 해초와 산호들, 여러 물고기들은 고래 가족의 여행을 응원하는 듯하고, 빛과 어둠으로 눈부신 바다 세상은 황홀하기까지 합니다. 낮엔 물결을 가르고 헤엄치다가, 밤이 되자 수면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