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에선 원전이 보이지도 않는데 죽긴 왜 죽냐?”
원전에서 30킬로미터, ‘비상 계획 구역’ 밖의 이야기를 그린 특별한 재난 동화
1986년 일어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2011년 일어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경우, 그 피해의 규모와 경계를 가늠하기 어려운 점 때문에 한국에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불안의 대상이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김영주 작가의 『30킬로미터』는 ‘만약 우리나라에서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일어난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재난 동화이다. 이미 2020년 9월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의 영향으로 경주와 부산 등에서 원전 여덟 기가 멈춰 선 바 있으니 이 가정은 현실 상황과 밀접해 있다. 김영주 작가는 치밀한 심리 묘사,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 남다른 관점 설정을 한껏 발휘하여, 화재가 난 원전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마을에 사는 이들이 3일간 겪는 에피소드를 통해 원전 사고의 심각성을 생생하게 전달한다.‘고묵 원자력 발전소’에 불이 나 고묵 지역 사람들이 대피한 후에도 삼벽 지역 사람들은 “원전은 멀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는다. 시시각각 닥쳐오는 혼란을 접하면서도 쉽사리 터전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의 갈등이 현실의 독자들에게도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난 말이야. 세상이 끝난다 해도 사과나무는 절대 안 심을 거야. 따분하잖아.”
지금, 여기의 사람들을 구하는 어린이 인물의 가슴 벅찬 용기
불이 난 원전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삼벽에 사는 ‘민지’와 ‘찬우’는 대피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입장에 놓인 어린이다. 원전 노동자인 아빠와 둘이 사는 찬우는 화재 이후 아빠를 원전에 빼앗기다시피 하고, 슈퍼집 아이 민지는 원자로가 터지기 전에 떠나야 한다는 엄마와 슈퍼를 두고 갈 수 없다는 아빠 사이에서 괴로워하다 아빠와 함께 삼벽에 남게 된다. 운전도 할 수 없고, 목돈을 지니지도 못할뿐더러 믿을 만한 정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