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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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로 동심 만들기
우리는 한때 말놀이 동시와 말 잇기 동시를 즐겨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동시를 읽히기 위한 시인들의 작은 노력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아이들이 동시와 친근감을 느꼈으리라 짐작됩니다.
이번에 김마리아 시인의 작품은 이와는 사뭇 다릅니다. 동시 <똑같은 이름 퍼뜨리기>와 같이 시인은 언어가 어떤 의미를 가진 기호로 작동하는가를 보여줍니다.
봉평 메밀밭
메밀아,
네 씨앗
모가 나서
모밀이라고도 하니?
너와
똑같은 꽃
똑 닮은 얼굴
한밭 가득
많기도 많구나
씨가 잘 여물고 있네
너와
똑 닮은 얼굴
똑같은 이름 퍼뜨리기
잘하고 있구나
_「똑같은 이름 퍼뜨리기」 전문
시인은 한밭 가득한 메밀밭을 통해 자연이 만든 어떤 기호를 보여줍니다. 이 기호는 메밀이라는 종의 끊임없는 복제와 반복을 의미합니다. 벌이 꽃으로 향하는 행위, 꿀을 모으는 모든 행위, 겨울을 보내는 행위, 이 모든 것들이 어쩌면 ‘꿀벌’이라는 기호에 각인 된 작동 기술이라는 말입니다. 존재 방식이며, 대를 이어야 하는 힘겨운 숙제입니다.
상상의 세계로 초대하는 동시
시인은 콘크리트 벽과 아스팔트 길을 따라 걷는 요즘 아이들에게 꽃과 나무를 보여줍니다. 계절마다 색이 변하는 나무의 잎사귀, 나무의 다양한 주름들, 술래잡기하듯 다채로운 꽃들, 분주하게 하늘을 붕붕 날아다니는 벌들, 시인은 보여줄 뿐이지 상상의 세계를 말하는 법이 없습니다. 너무나 당연해서 낯선 세계를 동시로 보여줍니다.
저녁 먹고
엄마 아빠 손 잡고
산자락 약수터에 가서
시원한 물 마시고
아파트에서 안 보이는
별을 보고
달을 보고
졸졸 밤그림자와 함께
집으로 온다
_「숨은 가족 찾기」 전문
<숨은 가족 찾기>를 보면 졸졸 따라오는 밤그림자가 나옵니다. 시인은 제목에서 이 또한 가족이라고, 숨은 가족이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