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곁에서 반려동물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영혼이 된 ‘황제’가 던지는 묵직한 질문
『황제의 선택』에서 작가는 강아지의 영혼에 목소리를 부여함으로써 동물도 인간처럼 생의 의지와 내면의 고귀함 등을 갖추었다고 이야기한다. 동물은 단순한 유기체 이상이다. 황제는 옳은 일과 옳지 않은 일을 구분할 줄 알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생명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상식을 가뿐히 무시할 때 한쪽에서는 여전히 좋은 주인을 기다리는 가여운 강아지들이 있다. 무엇이 언제부터 잘못된 걸까? 영혼 상태인 황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그나마 황제에게 주어진 시간은 삼 일뿐이다.
삼 일 안에 다른 몸을 찾지 못하면 먼지가 되어 사라지겠지만 황제가 모험을 택할 수 있었던 것은 옳지 못한 일을 바로잡으려는 정의감과 용기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황제가 준서에게서 충분히 사랑받으며 살지 못했더라면 이렇게 단단한 마음들은 얻지 못했을 것이다. 준서도 황제가 떠난 뒤 오토바이의 주인을 찾기 위해 온 동네를 헤매고 다니는데 초등학생으로서 무모한 행동일지언정 슬픔을 극복하고 분노를 터뜨리는 법을 깨우쳐나가는 중이다. 황제와 함께 했던 시간은 준서에게도 큰 의미를 지녔던 것이다. 준서와 황제 사이에는 죽음도 뛰어넘는 우정과 의리가 존재하고, 덕분에 황제는 올바른 선택을 내리게 된다.
사랑을 받아야 사랑을 줄 수도 있는 법, 이제 황제는 희망도 의욕도 없이 살아가던 다른 동물들을 만나 다독이고 응원한다. 그리고 난생 처음으로 호의를 받아본 동물들은 자세를 가다듬는다. 길고양이 까망이는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는 대신 싸움을 택하고, 유기견 ‘후야’는 한번 더 사람을 믿어보기로 결심한다. 학대 끝에 죽어간 강아지 ‘가라’가 흔쾌히 황제에게 몸을 내준 것은 자신이 죽은 뒤 몸이라도 용감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리고 황제와 다른 동물들, 그리고 준서와 친구들은 최후의 결전을 위해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