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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화병의 인문학 : 전통편 - 의료문학으로 보는 화병
저자 김양진,염원희
출판사 모시는사람들
출판일 2020-10-31
정가 12,000원
ISBN 979116629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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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1. 총론: 화병을 ‘이야기’ 하다
2. 심화(心火 ―짝사랑이라는 이름의 화병
화병(火病, 선덕여왕을 사랑한 지귀 이야기
기원전 인도에서 유래한 설화, 구모두와 술파가
화병에 대한 한국인의 시선, 연민
3. 기록으로 남은 화병 ―화병에 걸린 왕들
화병이란
최초의 화병의 주인공 선조
여러 왕들에게 이어졌던 화병의 기질
정조의 화병과 등창
4. 유전인가 직업병인가 ―임금님들의 화병
선조, 우리 역사 최초의 화병(火病 환자
화병의 유전, 선조에서 광해군으로
조선조 왕가(王家의 화병, 왕의 숙명인가 유전인가
5. 대가족 제도의 희생양 ―고전소설 주인공의 화병
국문장편소설의 세계
가부장제의 논리, 장자의 의무
악녀에게도 ‘억울함’은 있다
6. 자식이 웬수 ―부모들의 훈장, 화병
왕에게까지 보고되는 죄악, 불효
며느리의 등쌀에 시부모가 잇단 사망
국정의 현안으로 떠오른 불효죄 처리
7. 아내의 도리 ―뒤틀린 부부관계와 화병
들어가는 말
삼종지도(三從之道의 신화
며느리의 위치, 아내의 도리
부부관계의 뒤틀림과 화의 분출
부록: 화병 관련 어휘/표현 모음
1.
‘화병’은 세계적으로도 ‘문화결합증후군’의 일종으로 ‘한국인 특유의 질병’으로서 보고되기까지 하였다. 이러한 보고가 타당성이 있다면, 한국의 심층적인 문화전통에서도 ‘화병’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고대 이래의 한국의 문학작품에서 그 흔적을 찾아보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가설에서 출발하여 이 책의 저자들은 한국 전통 문학작품에 반영된 ‘화병의 사례와 기록’들을 찾아 소개하고, 그 문화적 의미를 논구하였다.

2.
한국 문학을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삼국시대 초기부터 화병은 심화(心火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이 책에서는 삼국유사에 실린 ‘지귀(志鬼설화’가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된다. 이 설화는 본래 인도에서부터 발생하여 신라에 전래된 것이지만, 신라문화 전통 속에서 재해석되고 전유되어 선덕여왕, 혜공선사 등의 역사적 인물과 영묘사라는 실제 공간적 배경을 갖춘 역사적 설화로서 기록되어 있다. 그 골격은 오늘날 ‘상사병(相思病’이라고 불리는, 이루지 못하는 짝사랑이 원인이 되는 심병(心病에 관한 기록으로, 그 심병이 어떻게 개인적인 차원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으로 확장되며, 또 신라 사회는 그 심병의 사회적 파장을 어떻게 다스려 나갔는지를 보여준다. 여기서 선덕여왕은 화병의 당사자가 아니라 원인제공자이거나, 치유자로서 등장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3.
한국사회, 화병의 전통적 맥락에서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그것이 주로 ‘왕실의 병’으로서 기록되었다는 점이다. 왕실을 배경으로 하는 화병(火病은 구체적인 사례로서, 또 개인적이거나 단절적인 사건으로 마감되지 않고 여러 대에 걸쳐, 계기적인 스토리를 이루며 전승되고 심화,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역사상 가장 오랜 치세 기간을 보유하는 왕 중의 한 사람이면서, ‘임진왜란’을 겪으며 ‘왕으로서의 권위’를 상실하고 그 패배감과 열등감에 평생을 시달렸던 선조는 ‘화병’에 관한 기록을 남긴 최초의 임금이다. 화병은 왕에서 왕으로 계승되기도 하지만, 주변인물(왕비나 왕자 등로까지 확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