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시공간의 소멸
2장 구름 낀 하늘 아래의 남자
3장 황금 못의 교훈
4장 낭떠러지에 서서
5장 잃어버린 강
6장 인생의 하루, 두 죽음, 더 많은 사진
7장 도시를 훑다
8장 시간을 멈추다
9장 활동 중인 예술가, 휴식 중인 예술가
10장 세상의 중심에서 마지막 경계까지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연표
주
도판 저작권
사진의 시대가 막을 올리자
영화의 세계가 성큼 다가왔다
1872년 봄, 사진가 머이브리지는 달리는 말 사진을 찍었다. 미국에서 가장 빠르기로 손꼽히던 경주마 ‘옥시덴트’의 달리는 네발이 모두 공중에 떠 있는 사진이었다. 이전까지는 그 누구도 재빨리 움직이는 동작을 그렇게 얼어붙은 듯 기록하지 못했다. 사진가는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고속사진을 찍기 위해 끊임없이 탐구했고, 달리는 말, 하늘을 나는 새, 쏟아지는 물, 제자리뛰기하는 체조 선수의 동작처럼 너무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눈으로 볼 수 없었던 동물과 인간의 동작을 포착해냈다. 이 일련의 사진 실험을 통해 머이브리지는 활동사진(motion picture의 핵심 요소를 발명했다. 마치 사진이 시간 자체를 포착해 멈추게 한 후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는 시간을 통제했고, “과학, 예술, 오락, 그리고 의식의 영역에서 신세계가 열렸”다(9면. 조용하고 느릿한 이전 시대는 멀리 물러나고, 사진의 시대가 막을 올린 것이다.
실제 동작을 쪼갰다가 다시 이어붙이는 머이브리지의 고속사진들은 움직이는 이미지, 즉 영화의 기초가 되었다. 그는 활동사진을 찍기 위해 빠른 동작을 담아낼 수 있는 필름과 셔터를 만들었고, 동작을 선명하게 만들기 위한 여러 장치를 고안했으며, 이미지들을 이어붙여 스크린 위에 투사하는 영사기 ‘주프락시스코프’(zoopraxiscope를 개발해 영화의 시작을 알렸다. 초기 영화의 발전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 토머스 에디슨이나 뤼미에르 형제를 비롯한 과학자?예술가의 계보를 따라 올라가면 어디든 맨 앞에는 머이브리지가 있다.
머이브리지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이전 세계를 연결하는 하나의 입구이자 축이다. 그의 행적을 좇다보면 초고속 이미지가 범람하는 오늘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영화의 중심지 할리우드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고 정보기술의 중심지 실리콘밸리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알게 된다.
현대의 아버지가 된 사진가
그가 남긴 흔적을 추적하다
솔닛은 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