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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지리산 달궁 비트 : 빨치산대장 최정범 일대기
저자 최정범
출판사 한울
출판일 2020-10-16
정가 15,500원
ISBN 978894606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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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술자의 글: 만인이 차별 없이 평등한 세상
엮은이의 글: 왜 지금 최정범인가

1. 일제 강점기, 난 이렇게 살았다
소작인의 아들, 세상을 간평하다 / 열네 살, 징용, 평안도 / 징용영장, 이번에는 홋카이도로

2. 어지러운 해방정국
내가 꿈꿨던 세상 / 포고령 위반, 소년원에 수감되다 / 좌익인 줄 모르고 속아서 시집왔다?

3. 6·25 전쟁, 그 격랑 속으로
나는 인공기를 들었다 / 인민재판에 선 사람들을 구명하다 / 9·28 후퇴, 결국 빨치산의 길로

4. 우리의 아지트 지리산 달궁
회문산에서 지리산으로 /보급투쟁, 정령치를 넘고 넘어 / 아무도 우리에게 빨치산이 되라고 말하지 않았다

5. 남조선 해방의 꿈은 멀어져 가고
수력발전용 제너레이터를 확보하라 / 산내 해방투쟁 / 토벌군의 추격을 피해 운장산으로 / 돌고 돌아 다시 지리산으로

6. 필사의 도주
가족 상봉, 그러나 다시 산으로 / 치명적인 부상을 입다 / 피체(被逮: 안녕, 지리산!

7. 좌절, 그러나 세상 속으로 당당히
나는 전쟁포로였다 / 4년 만에 신행길에 오른 아내 / 세상과 타협하다

부록: 최정범 연보
자신을 지워가는 노병들

“최정범 씨, 세상이 달라진 것 몰라요?” 1961년 5월의 어느 날, 일단의 사복경찰이 들이닥쳐 최정범을 잡아갔다. 일개 제방공사 현장감독으로 있던 그는 영문을 모른 채 묵묵히 경찰의 뒤를 따라나섰다. 쿠데타에 성공한 군부는 혹시 모를 내란을 방지하기 위해 전국 각지의 주요 인물들을 위험인물로 재분류했다. 그리고 그들을 모조리 잡아들여 내란 초기 며칠 동안 구치소에 유폐시켰다. 이른바 ‘예비검속’이었다. 예비검속 대상자 명단에는 최정범도 포함되어 있었고 그의 이름 비고란에는 ‘전직 빨치산 간부’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한때 빨치산은 호시탐탐 국가 전복을 시도하던 위협적인 존재였다. 쿠데타 당시 빨치산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지만 이제 막 권력을 손에 쥔 군부에게 과거 빨치산 활동을 한 ‘불순분자’들은 여전히 두려운 ‘적’이었다. 그가 밤중에 끌려간 구치소 라디오에서는 박정희 군부의 ‘혁명공약’이 반복적으로 흘러나왔다. 본격적인 반공의 시대가 시작되었고, 이제 다시 한 번 빨치산 전사들은 피의자 신분으로 군부에 의해 핍박을 당해야 했다.

‘빨갱이’라는 낙인이 찍힌 최정범을 비롯한 수많은 빨치산 노병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지우기 위해 여당 후보의 선거를 돕거나 삐라를 돌려야 했다. 그들은 그렇게 세상에 녹아 들어가 그토록 타도하려고 했던 그 세상의 일부가 되었다. 정치인들의 선거 운동에 동원되어 삐라를 돌리던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최정범의 술회는 생각보다 담담하다.

전선에서 총성이 사라지고 공식적으로 종전이 선언된 직후 나는 ‘대한민국’이라는, 그동안 내가 인정하기 싫어 투쟁했던 질서 속으로 온전하게 유입되었다. _ 230쪽

흥미롭게도 당시 내가 선거운동을 하고 돌아다녀야 했던 곳은 주천, 산내, 아영, 운봉, 동면, 이백, 산동, 보절 등 빨치산 활동을 하던 시절에 보급투쟁을 다녔던 지역들이었다. 그동안 그토록 타도하려고 투쟁했던 남쪽 정가의 보수 정치인에게 표를 달라고 떠들면서 그런 지역들을 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