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헨트, 로테르담, 마드리드, 그리고 스헤르토헌보스의 미술관에서
15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를 만난
작가 세스 노터봄의 문학적 기록.
여든두 살의 노작가가 거장의 그림을 읽는다. 스물한 살 청춘일 때 보았던 같은 그림을 보며 그때는 알아보지 못했던 수수께끼를 찾아낸다. 그때도 지금처럼 그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면 풀 수 있었을 수수께끼인가.
작가 세스 노터봄은 어느 날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 측으로부터 뜻밖의 서신을 받는다. 내용인즉 2016년에 타계 500주년을 맞게 되는 네덜란드의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에 관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함께 하자는 제안이다. 노터봄은 청년 시절 히치하이커로 스페인을 여행했을 때 프라도 미술관에서 보스의 그림을 보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기꺼운 마음으로 그 제안을 수락한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스페인의 작은 섬에 사는 세스 노터봄으로 하여금 같은 네덜란드 출신이면서 그의 그림 대부분이 스페인 미술관들에 소장된 보스의 그림을 읽게 하는 기획이라니, 캐스팅만으로도 참으로 탁월한 기획이 아닐 수 없다.
벨라스케스, 수르바란 등 스페인 화가들에 관한 글을 쓰기도 했던 세스 노터봄은 다큐멘터리 작업을 위해 보스에 관한 책과 자료들을 다시 검토하며 자신에게 묻는다.
“스물한 살 청년일 때 본 그림을 61년이 지나 다시 보면 알아볼 수 있는가? 여든두 살 먹은 사람이 스물한 살 젊은이가 그 까마득한 옛날 언젠가 보았던 것을 볼 수 있는가? 무엇이 달라졌는가. 그동안 세월만 흐른 게 아니라, 그 그림을 보는 나 또한 변했으니, 그동안 다른 것들을 숱하게 보았던 같은 눈으로 똑같이 볼 수 있는가? 아니면 내 시각이 달라졌으므로 이제는 다른 그림을 보게 되는가? 15세기의 화가와 20세기의 작가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가? 그들은 같은 나라 사람이다. 그런데 가령 그들이 대화를 나눈다면 서로 말귀를 알아먹을 수 있을까?”
노터봄은 제작팀과의 여정을 시작하기에 앞서 혼자 포르투갈 리스본에 있는 국립 고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