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_살아 있는 말소리로 시작하는 맞춤법 공부
1장 그림자에 속지 말자
: 우리를 절대 속이지 않는 규칙들
‘귀하지 않다’에서 온 ‘귀찮다’
ㅊ 받침은 일석삼조
‘ㄹ’ 발음 빠져도 머릿속엔 ‘닭’뿐
우리 글자 이름 ‘디귿’
물고기는 왜 ‘물꼬기’로 읽나
사라진 ‘ㅎ’의 흔적
‘오너라’와 ‘가거라’
‘웃프다’가 어긴 규칙
‘의사’는 [의사], ‘희사’는 [히사]
‘황당 맞춤법’을 쓰는 용기
교과서도 어려워하는 외래어 표기
발음인가, 의미인가
‘하필’이 ‘해필’이면 ‘고기’도 ‘괴기’
‘학여울’의 발음법
맥락이 안내하는 발음
2장 형태에 속지 말자
: 동사의 기본형을 몰라서 틀리는 말
‘날으는’ 새는 없다
편하게 발음하려다가 덧붙이는 ‘ㄹ’
‘불은’ 라면이 계속 ‘붇는다’
더 쓸 데 없는 연습장은 ‘쓸데없다’
원말이 사라진 ‘아무튼’
일관성이 없어 보이는 ‘얽히고설키다’
두 번 잊히면 ‘잊혀질까’
없애도 말이 되는 ‘요’, 뺄 수 없는 ‘오’
3장 얼굴에 속지 말자
: 모양이 비슷해서 헷갈리는 말
‘내로라’의 뿌리는 ‘내놓다’가 아니다
선택은 ‘-든지’, 회상은 ‘-던지’
웃음 ‘띤’ 밝은 얼굴이 눈에 ‘띈다’
‘맛있다, 멋있다’가 두 가지로 발음되는 이유
정답을 ‘맞혔는지’ 서로 답을 ‘맞추어’ 보다
시간적 의미를 획득한 ‘머지않아’
못이 ‘박이면’ 불편, ‘박히면’ 큰일
이 자리를 빌어? 빌려?
‘사단’을 쓰면 사달 난다
시큰한 발목에서 시큼한 냄새가 난다
‘안일하다’와 ‘안이하다’의 차이보다 중요한 것
딸을 ‘여읜’ 뒤 부쩍 ‘여윈’ 얼굴
‘윗옷’을 입고 ‘웃옷’을 걸치다
과일 ‘장사’를 하는 과일 ‘장수’
4장 목소리에 속지 말자
: 발음이 비슷해서 헷갈리는 말
‘갖은’ 꿈을 ‘가진’ 우리
‘값진’ 기회를 준 은혜를 돈으로 ‘갚진’ 못한다
낳으면 나을까
산 ‘너머’를 보려고 저 산을 ‘넘어’
‘네’와 ‘예’에 적용된 두 가지 두음 법칙
한글 맞춤법 제1항에 담긴 근본 원리를 찾아서
김남미 교수가 출발점으로 삼는 맞춤법의 근본 원리는 바로 ‘한글 맞춤법 제1항’에 들어 있다.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 이런 대원칙에 따라 맞춤법이 규정되었으니, 각각의 규칙 자체만 알기보다 그 생성 원리로 거슬러 올라가 맞춤법을 살펴보자는 것이다. 제1항에서 언급하는 ‘소리’란 바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대화할 때 내는 소리, 즉 발음이다. 헷갈리는 맞춤법을 따질 때도 우선 그 말을 자기가 어떻게 소리 내는가를 찬찬히 뜯어보면 쉽게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어려워하는 표기 중 하나가 바로 사이시옷이다. 그래서 차라리 사이시옷을 모두 없애 버리면 간편할 것이라는 주장도 더러 등장한다. ‘머릿속’을 ‘머리속’으로 쓰면 훨씬 간결하고 의미도 더 분명해지지 않을까? 이를 우리가 내는 소리로 한번 분석해 보자. 우선 ‘머리’에 ‘방’을 더한 ‘머리방’은 어떤가? 우리는 [머리방]이라 발음하지 [머릳빵/머리빵]이라고 읽지 않는다. 하지만 ‘머리’에 ‘속’을 더할 때는 [머릳쏙/머리쏙]이라 하지 [머리속]이라 소리 내지 않는다. ‘ㅅ’이 된소리 ‘ㅆ’으로 변한 이 현상이 바로 앞말에 받침이 있다는 것을 뚜렷이 일러 준다. 그러니 이 사이시옷은 누군가 일부러 집어넣은 것이 아니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된소리로 발음하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밝혀 적는 것이다.
“큰비가 내려서 강물이 불고 있다.” 이 문장에서 잘못된 곳은 ‘불고’이다. ‘붇고’로 써야 맞다. ‘불고’의 기본형이 ‘불다’가 아니라 ‘붇다’이기 때문이다. ‘붇다’는 모음 앞에서 ‘ㄷ’이 ‘ㄹ’로 바뀌는 불규칙 동사이므로 ‘불은, 불어’ 등으로 쓰다 보니 기본형을 ‘불다’로 착각하곤 하는 것이다. 규칙이 꽤 복잡해 보이지만, 이런 변화는 알고 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다. ‘ㄷ’이 들어 있는 다른 동사 ‘듣다, 묻다’를 떠올려 보자. 우리는 이 단어들을 문장 속에서 자동으로 ‘들어,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