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고양이에게 걸렸다
제13화 우유를 마셔 뼈를 튼튼하게 만들자!
제14화 대인관계에 약간 문제 있음
제15화 생쥐가 찍
제16화 no.3
제17화 탄식의 스트립쇼
제18화 시로가 날다
제19화 시로 대원 대기 불능
제20화 우리는 모두 살아 있는 거야?
제21화 고동,조화,방황,잔상,우정,회복
제22화 쿠로가 울다
● 『철콘 근크리트』에 대한 감상
어지간히 운이 나쁜 시대가 아니라면 대개 독자들을 들썩거리게 하는 만화가 있다. 1990년대라면 다케히코 이노우에의 『슬램덩크』다. 아주 운이 좋은 시대라면 그 독자들의 추앙을 받는 만화가들의 뺨을 후려치는 ‘만화가들의 만화가’가 있다. 『슬램덩크』의 시대는 운이 좋았다. 바로 그때 마츠모토 타이요의 『핑퐁』『하나오』가 있었고, 무엇보다 『철콘 근크리트』(이하 『철콘』가 무쇠의 속도와 무게로 우리의 뇌리를 후려쳤다. 10년 뒤에야 정식 번역판의 여권을 들고 한국을 찾아왔지만, 이미 수많은 만화가들의 책장에 꽂혀 있는 ‘만화가들의 만화’다.
『철콘』은 타카라쵸라는 근미래 어느 도회지의 마을, 그리고 그곳을 ‘내 동네’라고 부르는 쿠로(黑와 시로(白라는 두 소년, 이렇게 세 주인공이 서로 뒤엉켜 뛰어노는 기기묘묘한 활극 만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타카라쵸라는 마을은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만화 전체를 뒤흔드는 주인공이다. 동양의 전통 사원, 뻣뻣한 사무 건물, 동글동글한 미래형 주택들이 시대와 국적을 알 수 없게 뒤섞여 있는 이곳은 끊임없이 사람들을 꼬드기면서 달아나라고 말하고, 쾌락과 지루함을 함께 선사하고, 냉정하게 굴면서 향수에 젖게 한다.
나는 이 녀석의 척수를 이루는 굵은 철근이 밑바닥의 어디론가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철콘』과 마츠모토 타이요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다시 십여 년의 지층을 파내려가야 한다.
- 이명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