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없이 외로운 아이가 만나게 된 특별한 친구 이야기
마조리 글랫의 열세 살은 또래들과 매우 다르다. 가족이 운영하는 세탁소 일을 도맡아 하며, 살벌한 중학교 생활을 견뎌 내야 한다. 까다로운 세탁소 손님들, 제멋대로인 반 친구들, 고통스러운 수영 수업, 그리고 빨래…… 끝없는 빨래들. 마조리의 일상은 투쟁에 가깝다.
웬델 역시 조금 별난 아이다. 유령 소년인 웬델의 일상에는 가기 싫은 어린이 유령 모임과 얼룩덜룩 지저분한 유령 옷뿐이다. 결국 인간 세계로 도망 나온 웬델은 유령에겐 낙원이나 다름없는 마조리네 세탁소에서 재미와 우정을 찾으려 하지만 오히려 세탁소를 위기에 빠뜨린다.
《웬델》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참고 견딘 한 소녀에 대한 강렬한 이야기다. 또한 소녀가 인내하고 용서한 덕분에 만나게 된 특별한 친구에 관한 이야기다. 누구보다 가족, 친구들, 그리고 바로 유령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이 독특하고 홀린 듯한 세탁소로 독자를 초대한다.
■ 방치하는 어른들 틈에서도 극복하며 성장하는 아이들
아직 어린 마조리는 혼자 모든 걸 책임져야 한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세탁소에서도……. 늘 종종걸음을 떼며 이 세 곳을 오가지만, 어디서도 할 일은 줄지 않고 어느 누구도 편하지 않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계에 다다른 마조리의 표정은 그걸 꾹 숨기고 싶어서 언제나 무표정. 얼마 전에 엄마를 잃었지만 슬퍼할 새는 좀처럼 없다. 마조리는 온종일 혼자다.
살아 있을 때 외로운 아이였고, 이제는 외로운 유령이 된 웬델. 더는 웬델을 기억해 주는 사람도 없다. 재미없는 유령 세계를 견디는 방법은 모두가 비웃는 허풍을 떠는 일뿐. 웬델에게는 살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을 주는 친구가 필요하다.
돌봄을 받아야 할 이 아이들 주변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무책임한 부모와 막무가내인 어른들, 자기밖에 모르는 또래들로 가득하다. 그 속에서 방치되며 마치 유령처럼 색채를 잃어 가는 마조리와 진짜 유령 웬델은 어른들의 도움 없이 인내로, 용서로, 용기로 서로를 채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