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베일 듯 위험한 책!
그러나 누구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세계의 핵심을 가로지를 수 없다.
프란츠 카프카를 만난 소년 구스타프 야누흐는 “그렇게까지 고독하신가요?”라고 물었다. 카프카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보다 더하지요. 난 프란츠 카프카처럼… 고독합니다.” 이응준이 작가수첩 형식으로 기록한 단상을 읽으며 이 일화가 떠올랐다. 이응준이 쓴 짧고 명징한 글은 “난 이응준처럼… 고독합니다”라는 후렴구를 달고 귀를 맴돌았다.
진즉 알아보았지만 이응준은 공격적인 글쓰기로 세상에 응전한다. 피로 쓴 그 글이 가져올 온갖 불행을 감당하겠다는 오기가 작렬한다. 이 책은 그런 불행을 견딜 수 있는 독자에게만 보내는 이응준식 기도다. 오직 ‘작가’라는 장르로만 말할 수 있는 밤의 편지, 슬픈 연서다. 문학 외에 세상 그 어느 것도 무서워하지 않는 독한 자의 유언이다.
부디 원컨대 이 책은 아주 천천히 부드럽게 읽으시기를. 이 책에 체하거나 감염되면 약이 없나니. 대신 고아가 된 작가와 연대해 연옥을 여행하는 희귀한 체험을 하시리라. 그곳에서 각기 “나는 나처럼… 고독합니다”를 염불 외신다면 더없이 좋은 일.
- 정재숙 / 문화재청장
자유로운 영혼의 언어로 직조한 ‘작가’라는 장르
검열받거나 지배당하지 않는 소중하고도 강건한 세계
이응준은 예민한 감수성으로 자신과 자신의 주변, 세태와 세계를 관찰하고 헤아려 기록해오고 있다. 글쓰기의 전략이 배제된 직관적, 감각적 글쓰기 형식으로 쓰인 이 짧은 글들에는 우울과 냉소, 성찰과 결의가 가감 없이 드러나 있으며, 해학과 기지, 촌철살인이 빛을 발한다. 이 단편적인 생각들은 파편화된 작가의 사상이며 글의 부속품들이라 할 수 있다.
이응준은 자유롭게 종횡무진하는 전방위적 작가다. 그는 이 시대가 문학과 문학인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는 세상이었다면, 무언가를 지독히 기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만약 그런 세상이었다면, 사상의 정리 과정 없이 곧바로 시나 소설이나 희곡이나 시나리오나 에세이나 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