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두 살 소녀, 꼬리가 자라나다
열두 살이 되던 새해 아침, 미오의 몸에 이상한 변화가 일어난다. 하얀 털이 북슬북슬한 ‘꼬리’가 자라난 것. 큰 병이라도 걸린 줄 알고 병원을 전전하던 미오 앞으로 나라에서 보내온 서류에는, ‘N2형(괴수 판정을 받았으니 괴수 학교로 전학을 가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구미호니 늑대인간이니 하는 건 책이나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허구인 줄만 알고 살아온 미오는 실제로 그런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 심지어 자신이 괴수라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여유도 없이, 인간과 짐승의 모습을 오가는 괴이한 존재들이 우글대는 기숙 학교로 보내진다. 괴수들의 학교답게, 이곳은 학교 건물이나 수업 내용이 인간 세계와 완전히 다를 뿐 아니라, 잘못을 저지른 학생을 처벌하는 방식도 교문의 위치도 상상을 초월한다.
예를 들자면 지난 학기에 난동을 부리다 붙잡힌 늑대인간은 다트 판이 되어 일주일 동안 벽에 걸려 있었다. 아무도 복도에 걸린 다트 판이 그 친구인 줄 몰랐기 때문에, 지나가던 누구나 다트 핀을 마구 꽂아 넣을 수 있었다. 사물로 변했기 때문에 진짜로 고통을 느끼는 건 아니었지만, 그 공포는 어마어마했다. _ 본문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는 괴수 학교의 학생들은 방학이 되기 전까지 학교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학기 중 학생들은 교문의 위치조차 알지 못했다. _ 본문에서
십 년 넘게 인간 세계의 상식 속에 살아온 미오에게 괴수 학교로의 전학은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학교 공부, 외모, 성격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어 늘 칭찬만 들어 왔던 미오는 이제, ‘작은 꼬리 하나도 가리지 못하는’ 모자란 열등생 취급을 받을 뿐이다. 열등생이 된 것도 치욕스러운 일이지만, 자신이 괴수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어 하는 미오에게 ‘우수한 괴수’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 같은 건 더더욱 없었다. 모든 면에서 괴로울 수밖에 없는 이 낯선 상황에서 미오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인간 세계에 두고 온 남자 친구 수호에 대한 그리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