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군부대에서 시작된 독감 유행
미국은 1917년 4월에 독일에 선전포고하며 1차 세계대전에 뛰어들며, 미국인 수백만 명이 이 전쟁에 참여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전염병은 언제나 군대와 함께했다. 미국의 남북전쟁 때도 전투하다가 죽은 사람보다 질병으로 죽은 사람이 많았다. 1차 세계대전도 예외는 아니었다.
1918년 3월에 미국 펀스턴 기지에서 독감 환자가 발생하더니 1달 동안 1천 명이 넘게 감염되고 50여 명이 사망했다. 이후 미국 전역의 기지에서 독감 환자가 급증했다. 디트로이트의 포드 자동차 회사도, 캘리포니아의 교도소도 독감을 피해갈 수 없었다.
독감은 바다를 건너, 미군 신병들의 입국장이었던 프랑스 보르도의 미군 부대뿐만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 군대로 퍼졌다. 아군도 적군도 없었던 독감은 연합군의 경계지역을 뛰어넘어 독일군을 덮쳤다. 미국에서 발생한 독감은 4달도 안 되어 전 세계로 퍼졌다. 그러나 사람들은 독감을 그저 성가신 것 정도로 여겼고, 곧 사라질 것이라 여겼다.
왜 ‘스페인 독감’이라는 이름이 붙었는가?
독감이 전 세계로 급속히 퍼졌지만, 전쟁 중이던 나라들에서는 언론 통제를 통해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스페인에서는 독감이 퍼지자 이를 공개적으로 보도했다. 당시 스페인은 1차 세계대전에 참여하지 않았기에 다른 나라들이 감추는 중요 뉴스를 검열할 이유가 없었다. 전 세계 사람들은 스페인이 독감의 유행을 공개하자, 독감 발병과 스페인을 연결 짓고는 이 질병을 ‘스페인 독감’이라고 불렀다. 스페인은 불쾌해했으나 ‘스페인 독감’이라는 이름은 그렇게 굳어졌고, 지금까지 스페인 독감이라 불린다.
2막: 스페인 독감 세계 대유행, 의학을 조롱하다
스페인 독감은 1918년 하반기에 들어 그 기세가 더욱 거세졌다. 미국은 물론 아프리카 대륙까지 급속히 퍼져 막대한 사상자를 냈다. 전쟁터보다 더 참혹했고, 도시 전체가 죽어가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인플루엔자(influenza를 빗대서 이런 노래를 불렀다. “나는 새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