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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호랑이는 풀을 안 좋아해 - 브로콜리숲 동시집 13
저자 박덕희
출판사 브로콜리숲
출판일 2020-09-22
정가 10,000원
ISBN 9791189847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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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아름답고 모두가 소중해
-박덕희 시인의 첫 번째 동시집

《아동문예》로 등단한 박덕희 시인, 오랜 숙련의 과정을 통해 세공한 정갈하고 아름다운 시편을 담았다. 자기 안의 아이를 불러내 존재하는 작은 것들에서 새로운 힘으로 이끄는 61편의 동시를 엮었다. 사물과 사물이 서로 응시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돌보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삶에서 미약하나마 연대와 용기를 배우기도 한다.

빨간 플라스틱 의자도 전봇대도 목줄에 묶인 개도
조금씩 갉아먹는 땅거미

눈 동그래진 개가 짖어댄다
목줄에 묶여 마당을 맴도는 컹컹 소리

물끄러미 개를 바라보는 의자
개와 의자의 거리는 종일 변하지 않았다
오늘 밤 개와 의자와 북두칠성의 간격도
변하지 않았다

입을 갖고 싶어 시무룩한 의자
네 발을 갖고 싶은 전봇대

개와 의자와 전봇대가
어둠 속으로 들어가자
별이 다가온다

컹컹 의자가 짖기 시작한다

- 「별이 다가왔다」전문

이 시는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를 지우고 서로 소통하고 의지하는 따뜻한 관계를 보여주는 시다. 이 물활론의 세계에서는 “입을 갖고 싶어 시무룩한 의자/네 발을 갖고 싶은 전봇대”가 있다. 의자한테 입이 있다면 여기 목줄에 묶여 컹컹 짖는 개가 있다고, 땅거미가 지고 있다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자신도 꼼짝없이 제자리에 있을 수밖에 없는 처지이지만 목줄에 묶여 있는 개를 구하고 싶은 것이 의자가 입을 갖고 싶은 이유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의자의 소망은 전봇대도 마찬가지. “네 발을 갖고” 걸을 수만 있다면 의자도 개도 구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간격”은 쉽게 좁혀지지 못하고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별”이 의자와 개와 전봇대를 하나로 이어준다.

우린 서로 닮아가고 있어요
고래와 새와 바다가 전하는 줄넘기

고래를 좋아하는
하늘과
새를 좋아하는
바다는

날마다 줄넘기를 해요

하늘은 바다에서
파랗게
바다는 하늘에서
파랗게

서로 줄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