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제1부 여성이 기록한 여성의 삶
병인양요에 대한 기억-19세기 여성의 한글일기 <병인양란록> - 정우봉
근대격동기 몰락 양반가 여성 양주조씨 노년의 삶과 ‘화병’ - 문희순
덴동어미가 걷던 길 - 김하라
20세기 초 강릉김씨 부인의 여행기, <경성유록> - 김경미
만주로 망명한 여성, 가사문학 ?위모사?를 쓰다 - 고순희
근대기 반가 출신 옥성댁의 생애 경험과 기록 - 천혜숙
제2부 여성에 대한 근대적 시선과 재현
기생, 전통과 근대를 횡단하는 여성 - 박애경
근대계몽기의 노래와 신문에 포착된 과부들 - 이형대
여학교 주변의 여자들-신문?잡지에 나타난 제도교육 최초 형성기(1898∼1910의 여성 재현에 대하여 - 홍인숙
화자와 주체로 본 유성기 음반(SP 속 기생 - 장유정
제3부 근대전환기 여성 형상의 변화-근대전환기 모성의 재구성에 대하여 여훈서(女訓書를 중심으로 - 성민경
애정류 신작 구소설에서 책 읽는 여성 주체의 등장 - 이정원
20세기 초 ‘춘향 형상’의 변화 - 이지영
근대설화집의 여성 형상화-<온돌야화>, <조선민담집>, <조선동화대집>의 여성 인물을 중심으로 - 유정월
조선 여성의 자취를 찾아가는 14편의 글
이 책은 총 14편의 글이 주제별로 묶여,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여성이 기록한 여성의 삶’에는 양반가 여성에서부터 중인, 하층 여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여성들의 삶의 체험을 모았다. 전란, 망명, 몰락 등 이들이 겪었던 체험은 주권 왕조에서 식민지로 급전직하했던 역사적 시간이 개인의 삶에 어떻게 개입하고, 각인되었는지를 생생하게 증명하고 있다.
2부 ‘여성에 대한 근대적 시선과 재현’에서는 신문, 잡지, 유성기 등 근대 매체에서 여성을 다루고 재현하는 방식을 문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스스로 기록의 주체가 되지 못했던 여성 혹은 여성 집단의 면면이 어떻게 재구되는지, 그리고 왜곡되는지를 살피고 있다.
3부 ‘근대전환기 여성 형상의 변화’는 텍스트 안팎의 여성 형상들을 불러내어, 그 변화상을 포착하였다. 이를 위해 전통적으로 여성의 교양과 오락 그리고 일상을 구성하던 교훈서, 이야기, 소설이 시대와 매체를 달리하며 여성의 삶을 초점화하는 방식의 전환을 찾아보았다.
가을 바람 선 듯 부니 임 타신 차 총살갓치 신작로로 다라 갔네
삼밧머리 홀로 서서 멀리 큰길 바라보니 써린 눈물 앞을 가려
차는 고만 아니 뵈고 하늘만 빙빙 도라 무정한 임이건만
가고나니 더욱 서러
― <싀골색시설은타령> 중에서
‘신작로에 선 조선 여성’이라는 제목은 바로 이 장면에서 나왔다. 신여성과 정분이 난 서울 남편과 소박데기가 되어버린 시골 색시의 사연은 다른 지역, 어느 집안에도 있었을 법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신여성이 발화와 신체로 모더니티를 구현하고 있던 1930년대, 시골 색시는 배우지 못한 설움을 구송으로 풀어내고, 이를 듣고 필사하고 위로하던 이웃 아낙들과 또 다른 ‘눈물의 연대’를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남이 볼까 부끄러워 설렘조차 드러내지 못했던 조선 여성이 자신의 감정을 터뜨렸던 신작로, 끝내 닿을 수 없었던 근대교육, 귀로 듣고 입에 붙은 규방가사라는 조합은 곧 다중적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