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치와 풍자로 버무린 신나는 마당극
배우와 관객이 함께 주고받으며 완성하다
옛이야기면 옛이야기, 무협이면 무협! 어떤 장르도 완벽히 소화하는 동화작가 천효정은 학교 교육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연극 수업 안내서 『교사를 위한 어린이 연극 수업』(공저을 집필하고, 동화 각색한 희곡집을 펴내는 등 꾸준히 연극과 희곡을 알려 왔다. 새로 선보이는 『칠 대 독자 동넷개』는 너른 마당에서 배우와 관객이 함께 즐기며 완성하는 두 편의 마당극이다. 마당은 실내보다 비교적 공간의 제약이 없고,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정해져 있지 않아 시끌벅적하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어린이가 자유롭게 연극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마당극은 배우와 관객이 중간중간 말을 주고받으며 즉흥적으로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가기 때문에 어느 한 명 소외되지 않고 연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잔소리하는 어른은 가고, 애들은 무조건 환영하면서 시작하는 「여는 마당」은 마당극을 낯설어하는 독자들의 마음도 사르르 녹인다.
착한 애, 못된 애, 정신 있는 애, 정신없는 애, 아픈 애, 안 아픈 애. ‘애’ 자 붙은 애들은 다 와라. 나는 이야기를 하고, 너희는 놀고. 우리 다 같이 연극 놀이판을 벌이자, 이 말이야! _「여는 마당」 중에서
통쾌하고 흥겨운 놀이판이 펼쳐진다!
― 「칠 대 독자 동넷개」 「천하제일 박 의원」
표제작 「칠 대 독자 동넷개」는 칠대 독자 손녀가 개 흉내를 내자 귀신들이 이를 진짜 개라고 착각하면서 벌어지는 유쾌한 마당극이다. 종손을 잇는 독자 ‘동넷개’ 인물을 여자아이로 내세워 남아 선호 사상을 익살스럽게 풍자하고, 귀신들을 우스꽝스럽게 그려 냄으로써 시종 웃음을 자아낸다. 「천하제일 박 의원」은 허구한 날 멍하니 있는 아이, 코만 누르면 욕을 내뱉는 아이, 아이답지 않게 고루한 아이 등 이상한 병을 앓는 어린이 환자들을 박 의원이 명쾌하게 처방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눈에 보이는 행동만 문제 삼으면서 원인을 들여다보지 않는 부모를 재치 있게 꼬집는 대목에서 어린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