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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한국 근대시의 흐름과 고원
저자 곽명숙
출판사 소명출판
출판일 2015-01-10
정가 32,000원
ISBN 9791185877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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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대해 본능적으로 매혹되어 즐기는 향유와 다르게, 시인과 작품을 연구하고 의미를 캐내는 작업은 지난한 일이다. 언어에 대한 끌림을 미뤄두고 나는 텍스트의 다양한 바깥을 기웃대거나 문학사의 지평 위에서 서성였다.
―책머리에 중에서

문학사의 흐름과 정신적 고원

일반적으로 시사는 시대 순서에 따른 체계나 일관된 방법론으로 작성된 지도 위에 시인들의 좌표를 매겨 보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책 <한국 근대시의 흐름과 고원>(소명출판, 2014은 오히려 좌표로 표시하기 어려운 지점들에 주목한다. 제목에 암시되듯이 작품들은 문학사의 흐름 속에 있지만 각각은 오롯이 떨어져 있는 정신적 고원을 이루기도 한다. 시인들이 갖는 독특한 역사성과 비역사성을 동시에 잡아내고자 하는 것은 문학연구자들의 욕망이다. 저자는 이에 “때로는 동일성이나 선형성을 기반으로 구축된 저작물을 보면서 그 탄탄한 사유의 흠잡을 데 없는 아름다움에 찬탄을 보내기도 하지만, 단속적이거나 우연적일지라도 다양체의 탈주선의 흔적을 추적하는 것에 더 끌리고 있다”고 밝힌다.
가령 한용운의 「님의 침묵」은 조국의 독립과 불교적 진리라는 흐름에서뿐만 아니라 사랑의 담론이라는 고원에 자리 잡는다. 이별과 미 사이에서 생성되는 영원성을 통해 만해 시의 형이상학적 높이가 새롭게 가늠되는 것이다. 「향수」의 시인 정지용에 대해서 저자는 유학 생활 동안 피식민지 청년 시인이 겪은 이방인으로서의 소외감과 근대 도시의 일상 속에서 폐쇄된 감각에 주목하여 그 탈출구로서의 여행의 의미를 재구성한다. 오장환의 미발표 장시 「전쟁」에서는 다가오는 세계대전의 전운에 대한 예감을 포착하고, 한국전쟁의 비극 속에 잊혀진 비운의 시인 설정식의 생애를 복원하고 있다.

다양체와 탈주선의 흔적

이 책은 3부 1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개화기 애국독립가로부터 김억의 시론과 이광수의 시조 등에 이르기까지 근대시에 요청된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