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컨센서스’, 외부의 중국인식과 중국의 자기인식
중국은 오래전부터 중남미 지역의 국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해 왔다. 마오쩌둥 시대 이래로 ‘제3세계’를 중심으로 하는 외교 정책을 지속한 결과였다. 물론 개혁개방의 초기에는 소련과의 관계 개선과 더불어 미국 등 유럽 국가들과 협력 관계 증진을 위해 그 비중을 다소 줄이기는 했다. 그렇지만 개혁개방의 성과와 더불어 중남미 국가와의 유대는 여전히 강조되었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면서 중국과 중남미지역 국가들의 협력과 교류는 급속한 신장세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중국이 21세기의 진로를 한창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2004년 5월 《파이낸셜타임즈》에 ‘베이징 컨센서스’라는 용어가 제안되었고, 이어서 영국의 외교정책센터를 통해 「베이징 컨센서스」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필자의 이름은 조슈아 쿠퍼 레이모였다. ‘베이징 컨센서스’는 중국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즉각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명칭에서 드러나듯이, 신자유주의적 세계 질서를 상징하는 ‘워싱턴 컨센서스’와 구분되는 발전모델이 중국에서 형성되고 있으며 이러한 중국식 모델은 신자유주의의 폐해에 시달리는 개발도상국들에게 새로운 전망을 환기한다는 의미를 가졌기 때문이다. 레이모의 보고서는 ‘중국모델’이라는 것이 정말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그것이 ‘워싱턴 컨센서스’와 뚜렷하게 대비되는 것인가 등 이 시기를 전후하여 지속적으로 논란이 된 문제들과 밀접하게 연관될 수밖에 없었다.
레이모의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2005년과 2006년에 연이어 ‘베이징 컨센서스’(중국어 표현으로는 北京共識를 표제어로 내걸고서 본격적으로 관련 논의들을 수록한 서적이 중국에서 간행되었다. 《중국과 글로벌화-워싱턴 컨센서스인가 베이징 컨센서스인가》(2005와 《중국모델과 베이징 컨센서스-워싱턴 컨센서스를 넘어서》(2006가 그것들이다. 이 책은 거의 전적으로 베이징 컨센서스의 유효성과 현실성에 대한 검토 및 홍보에 주력한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