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화와 산업화의 상징인 ‘도시’에 ‘창조성’이라는 푸르름을 더한 연구서가 출간되었다.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산하 이상봉 교수가 엮은 ??창조성과 도시??(소명출판, 2013가 그것이다. 인간의 삶터로서 로컬리티의 가치에 주목하는 ‘HK로컬리티의인문학연구단’은 도시에 창조성을 입혀 더 나은 삶의 공간과 문화적 공간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창조도시에 관한 이론적 흐름들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다양한 양상과 사례들을 살펴 서술한 본서는 마지막 부분에 ‘도시의 창조성과 창조도시’라는 주제의 좌담회의 내용을 포함하여 논문 형식의 글과는 또 다른 의미도 지니고 있다.
‥‥도시공간에 대한 인문학적 처방
도시는 가장 전형적인 근대적 공간이다. 도시화는 곧 근대화를 의미했으며 도시적 삶은 곧 근대적인 삶을 대변해 왔다. 이런 근대화된 도시공간은 효율성·생산성·도구적 합리성 등의 근대적 원리가 지배했다. 이와 더불어 근대적 도시를 지배하는 또 하나의 원리는 경쟁이다. 도시간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경쟁은 국내에서만이 아니라 세계를 향해 이루어지고 있다. 도시가 국가를 대신하여 세계적 경쟁의 단위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문화도시, 기업도시, 행복도시, 세계도시, 혁신도시, 창조도시 등 한국의 도시들이 내걸고 있는 수많은 슬로건들은 도시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그리고 이러한 지나친 경쟁은 도시를 삭막한 생존투쟁의 공간으로 바꾸어 놓기에 이른다. 공동체의 공간이자 인간 삶의 터전이었던 도시는 돈과 권력이 지배하는 공간, 우승열패의 양극화된 공간, 자동차가 보행을 위협하는 공간, 자연이 파괴되고 인간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경쟁에 의해 도시는 병이 들고, 그것의 본래 의미는 퇴색한 채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병리현상에 대한 자각은 자연스레 치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도시는 현재 다시금 변화를 꿈꾸고 있다. 이는 도시를 생존투쟁의 공간이 아닌 상생과 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