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로 삶과 죽음, 생명의 순환을 이야기하는 책
모든 생명에는 시작과 끝이 있습니다. 생명이 있는 것이라면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죠. 하지만 현대 사회는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리고, 생각조차 하기 싫어합니다. 죽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불편한 감정이 들기 때문일까요? 어느 순간 우리는 죽음을 애써 외면하고 모른 척하며 살아가는 데 익숙해졌습니다. 이를 두고 스페인의 비교종교학자 라이몬 파니카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낯설고 쉽지 않은 주제이지만,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오히려 삶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림책 가운데도 죽음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작품은 대부분 가족이나 반려동물의 죽음을 겪었을 때, 상실감을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남겨진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책이죠. 하지만 이 책 《물방울이 바다에 떨어지면》은 바다에 떨어지는 물방울을 통해 죽음 그 자체를 은유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죽음이란 무엇인지, 죽음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지, 여러 문화권에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어떻게 같고 다른지를 시적인 문장과 섬세하고 느긋한 그림으로 담아냈습니다. 나아가 생명의 순환을 보여 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자연스레 깨닫게 합니다. 물방울이 정해진 시간 동안 존재하다가 어느 날 강이나 바다로 사라지듯이, 사람의 삶도 언젠가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을. 그리고 물방울이 바다로 돌아가도, 물방울이 터져도, 물은 언제나 물이듯, 생명은 사라지지 않고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진다는 것을요.
물은 살아 있어요.
끊임없이 움직이고 모습을 바꾸어도
물은 언제나 물이에요.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는 그림책
이 책을 지은 이네스 카스텔 브랑코는 어느 날 라이몬 파니카의 책을 읽고, 어린이들에게 꼭 물방울 이야기를 전해 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파니카의 책은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어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