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정체를 말할 수 없는 책, 조영남만이 쓸 수 있는 책,
시인 이상, 피카소, 니체, 아인슈타인 그리고 말러가 꾸리는 5인조 보컬그룹,
그림과 노래를 넘나드는 그들의 공연이 한 권 책 안에서 펼쳐진다!
『보컬그룹 시인 이상과 5명의 아해들』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책이다. 대강의 내용은 이렇다. 어느 날 문득 작곡가 말러의 교향곡 제3번을 우연히 들은 뒤 깊이 몰두하게 된 조영남은 느닷없이 말러에게서 시인 이상을 떠올린다. 그러더니 뒤이어 피카소, 니체, 아인슈타인까지 5명의 천재들을 소환, 한 장의 그림에 담아 그린다. 그림의 제목은 <현상수배범>. 이들에게 그가 부과한 죄목은 타고난 천재성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명예를 독차지했다는 것, 이른바 명예강탈죄다. 여기까지만 해도 기발함은 이미 차고도 넘친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들을 중심으로 보컬그룹을 꾸리는데 그룹의 이름은 ‘시인 이상과 5명의 아해들’이다. 유명세로 보나 세계사의 기여도로 보나 활약상으로 보나 거론한 이들 중 가장 뒤떨어지는 것이 자명해보이는 시인 이상을 리더로 내세운 것이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시인 이상이야말로 나머지 네 사람이 각각 성취한 모든 분야를 모두 아우르는 가장 최고의 천재이며, 이것을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워 모두가 다 알 수 있도록 세상에 대고 외치기 위해서다. 그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내로라하는 천재들이 과연 이상과 같은 그룹멤버로 활약할 자격이 있는지, 과연 이상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업적을 쌓았는지에 대해 오디션, 자격 심사 등을 펼친다. 한편으로 그는 이들의 공연을 위해 시인 이상의 시 <이런 시>를 가사로 삼아 노래를 작곡, 모든 멤버들이 함께 이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책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100퍼센트 상상이다. 그러나 이 책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완전히 넘나든다. 아니, 이 책 안에서 그러한 경계는 굳이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소환해서 공연을 한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