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고 돌보는 아이로 자란 상아
앞 권들과 달리 《기차에서 3년》에서 상아는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과 함께 기차 객실에 갇힌다. 혼자도 아니고 더군다나 어른들과 함께이니 괜찮지 않을까 싶은 예상과 달리, 상황은 더욱 안 좋다. 기차가 멈추고 불도 꺼지고 에어컨마저 까무룩 꺼지자, 어른들은 저마다 휴대 전화를 들고 아우성이다. 울어 대는 아기에게 큰 소리를 치고 심지어 어떤 아저씨들은 몸싸움까지 벌인다. 정말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이 와중에 상아는 화장실과 도서관에 갇혔던 때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그리고 상아는 우는 아기를 위해 진심을 다해서 오카리나를 불기 시작한다. 어느새 상아는 주위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 주위까지도 변화시키는 성숙한 아이로 자란 것이다. 이와 같이 색다른 경험들을 통해 조금씩 성숙해 가는 상아를 볼 수 있다는 점은 이 시리즈가 가진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이다.
작은 기차 객실 안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간 군상
기차가 멈춰 서고 시간이 흐를수록 어른들은 본성을 드러낸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 책임자 나오라고 해!”라며 자기가 힘 있는 사람임을 드러내는 아저씨가 있는가 하면, 급한 용건이 있는 것도 아닌데 거짓말을 하며 상아의 휴대 전화를 강탈하다시피 하는 아줌마도 있고, 초조함에 창문을 깨려는 행동파 아저씨가 있는가 하면 발길질을 하며 몸싸움을 벌이는 아저씨들도 있다. 반면 차분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흥분한 사람들을 다독이는 아저씨, 시종일관 조용하게 기다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처럼 진짜 어른스러운 사람들도 있다. 덥고 답답해서 우는 아기와 지친 아기 엄마, 줄곧 휴대 전화로 엄마에게 징징거리는 사촌 언니 별아까지 상아가 탄 작은 기차 한 칸은 다양한 인간 군상으로 가득하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만나게 될 사람들의 모습을 미리 보여 주려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이는 설정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마음을 다잡고 주위를 보살피는 상아의 모습은 더욱 빛을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