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맞는 친구, 딱 맞는 집
송선옥 작가의 전 작품인 『딱 맞아』의 공룡 브리또처럼 『토끼 그라토』의 그라토 역시 남모를 고민이 있는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브리또와는 정반대이다. 집이 너무 작았던 브리또와 달리 그라토에게는 집이 너무 큰 것이 문제이고, 이러한 고민이 친구들에게 알려지는 것 또한 걱정이다. 하지만 그라토는 브리또의 모습을 보고 용기를 내게 된다. 자신의 몸에 비해 집이 너무 작았던 브리또는 자신의 새집을 거리낌 없이 그라토에게 소개한다. 이를 계기로 그라토는 집에 몸을 맞추려 애쓰던 것을 그만두고 몸에 맞는 집을 스스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라토가 몇 날 며칠 땅속에서 굴만 파다 점점 기력을 잃게 되었을 때 따뜻한 햇볕과 상쾌한 바람을 맞을 여유를, 그리고 믿음직스러운 친구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 것도 브리또이다. 브리또는 그라토의 상황을 캐묻지 않는다. 그저 그라토의 상황을 바라보고 인정해 주고 지금 그라토에게 필요한 것을 알려 줄 뿐이다. 성격도 다르고 처한 상황도 다르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있는 그대로 서로의 모습을 받아들여 주고 부족한 부분을 도와 줄 수 있는 친구만큼 편안한 존재는 없을 것이다. 딱 맞는 친구는 딱 맞는 집만큼 중요하다. 『토끼 그라토』는 나만의 개성 그리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안락한 내 집 같은 친구의 소중함을 전하는 그림책이다.
세련된 그림 속 아기자기한 매력의 『토끼 그라토』
노란 토끼, 파란 어둠, 검은 흙의 색 표현이 보자마자 한눈에 들어온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독특한 색의 조합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더욱 매력적인 송선옥 작가의 『토끼 그라토』는 볼수록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는 그림책이다. 특히 그라토가 집 안 구석구석 작고 아늑한 공간을 찾아 다양한 자세로 잠을 청하는 장면과 그라토만의 딱 맞는 굴들이 여러 갈래로 이어져 펼쳐진 장면이 눈길을 확 끈다. 토끼 특유의 습성에 작가의 아이디어와 유머를 녹여 개성 있게 표현된 장면들이 그림책 본연의 재미를 담고 있다. 『토끼 그라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