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정치학의 초석을 놓은 『군주론』의 저자
권모술수의 대가, 기회주의자, 군주론자라는 오해를 걷어내고
마키아벨리의 진심을 읽다
단테, 다 빈치, 미켈란젤로 그리고 마키아벨리의 고향
르네상스를 꽃피운 도시 피렌체에서
『군주론』에 담긴 시대를 앞선 지혜를 읽다
『군주국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책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1513년이다. 정식 출간도 되기 전에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필사본으로 회람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책이 헌정된 메디치가는 관심을 두지 않았고, 저자가 죽고 난 1532년에야 정식 인쇄본이 출간되었다. 당대에는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묻혔다가 후대에 빛을 발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책과 지은이는 비슷한 운명을 겪었다. 마키아벨리는 우리에게 근대정치학의 문을 연 정치사상가로, 그의 고향 피렌체에서는 역사가나 작가로 기억되지만, 그를 말할 때 빼놓지 말아야할 것은 그가 피렌체공화국의 공무원이자 정치인이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영혼보다 조국을 더 사랑한다고 말한 마키아벨리. 그러나 정권 변동으로 인해 1512년에 14년간 몸담았던 공직에서 쫓겨난 뒤로, 그는 다시 국가를 위해 일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퇴직하고 바로 이듬해에 완성된 『군주론』이 그의 생생한 현실 정치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처음 마키아벨리가 붙인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군주론』의 주인공은 ‘군주’가 아니라 ‘군주국’이다. 그간 많은 사람들이 『군주론』을 군주 ‘개인’이 권력을 얻고 유지하는 방법을 담은 책으로 이해했다면, 마키아벨리 전문가 김경희 교수는 ‘국가’와 그 구성원인 ‘인민’에 초점을 맞출 때 『군주론』에 담긴 마키아벨리의 진심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한다.
군주론자인가 공화론자인가: 마키아벨리의 수수께끼
세계의 중심이 신에서 인간으로 옮겨지고, 상공업의 발전으로 부가 넘쳐나며, 문화와 예술이 부흥했던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 그러나 이탈리아 반도 내 도시 국가들 간의 영토 경쟁과 알프스 이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