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달 모양
네모가 하늘을 나는 양탄자로, 세모가 뾰족뾰족 마법사가 사는 집으로, 동그라미가 외계인이 탄 비행접시로 바뀌기도 한다. 이렇듯 아이들은 김이 서린 유리창이나 하얀 도화지에 갖가지 모양을 그리면서 자유자재로 물체도 만들고, 맛있는 빵도 만들고, 동물도 만들며 상상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안녕, 바나나 달>도 송이가 그린 바나나를 쏙 닮은 초승달을
그리면서 상상 여행이 시작된다. 할머니가 아파서 엄마가
서둘러 나가서 집에 혼자 남게 된 송이.
인형놀이를 하는 것도, 그림책을 보는 것도
따분하기만 하다. 우연히 하얗게 김이 서린 유리창에
동그라미, 세모, 네모, 바나나 달(초승달을 그리다가
어느새 송이는 바나나 배를 타고 모래가 반짝이는 섬에 다다른다.
섬에 있는 바나나 숲에서 혼자 놀다가 바나나 뿔 괴물을 만나고,
심심했던 송이가 바나나 숲 속 친구들과 함께 노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초승달을 닮은 바나나 모양 하나로 한 갖가지 동물과 꽃, 우산 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귀여운 캐릭터와 다양한 기법을 살린 따뜻한 그림
‘송이’는 귀엽고 친근해서 아이들이 자기와 동일시하면서 상상 세계로 빠져 들게 하는 캐릭터이다. 아이들은 송이가 그린 노란 빛깔 바나나 배를 타고, 바나나 그물 침대에 누워 잠도 자고, 퐁퐁퐁 터지는 예쁜 바나나 꽃 내음도 맡으며 즐거워할 것이다.
<안녕, 바나나 달>의 또 다른 특징은
여러 기법이 조화롭게 어울려 깔끔한 구성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안 지운 듯한 여러 겹 연필 선과
쓱쓱 신 나게 쭉 그은 굵은 크레용 선,
종이를 덧대어 표현한 콜라주 기법,
툭툭 찍은 듯한 판화 기법, 낙서를 한 듯한 스크래치, 이렇듯 다양한 기법이 한데 표현해 만든 깔끔한 구성이 돋보인다. 그림책을 보는 내내 노란 달빛이 비추는 것 같아 따뜻함을 더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