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귀를 가진 아이가 들려주는 익살스럽고 사랑스러운 갯벌이야기
물때가 되어 갯벌이 드러나면 갯가 사람들은 진흙투성이가 되어 달랑게, 백합, 낙지 같은 갯것들을 잡느라 분주해진다. 그것들을 잡아 자식들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것이다.
갯벌은 이들의 소득원이기도 되기도 하지만,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다양하고 중요한 일들을 한다. 갯벌의 흙과 모래는 많은 양의 물을 흡수하므로 홍수를 막고, 염생 식물의 줄기나 잎은 바람의 힘을 흡수하여 태풍이 불어올 때 그 위력을 약하게 만든다. 갯벌에서 살아가는 각종 동식물들은 오염 물질을 분해하고 정화하여 생태계를 지켜낸다. 또한 갯벌에서 살아가는 식물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낸다. 산소의 70% 이상은 이렇듯 바다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나 갯벌이나 바다 등을 방조제로 막고 물을 빼내 육지로 만드는 간척사업이 꾸준히 진행되어왔다. 방조제를 만들면 그 안에 새로운 땅과 담수호가 생겨나게 된다. 이렇게 생겨난 땅은 농경지나 공업용지, 산업단지 등으로 개발되고 물은 농업용수나 공업용수로 공급된다. 방조제에 만들어진 도로 덕에 교통이 편리해져서 지역사회가 발전될 수도 있다.
하지만 편리함과 경제적 이득의 잣대로 밀어붙인 간척사업은 생태계를 파괴하므로 끔찍한 재앙이 발생하게 된다. 갯벌이 사라지면 그곳에 살던 무수한 생물들은 사라질 수밖에 없고, 이런 환경 변화는 바다생물들의 집단죽음과 개체 수의 변화, 더 나아가 멸종에 이르는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한다. 갯벌 파괴는 또한 어촌의 쇠락으로 이어져 지역 문화 및 공동체의 파괴를 유발한다. 어패류에 의지하여 살아가던 어민들은 단기적인 보상은 받을지언정, 대물려 이어온 삶의 터전을 상실하게 되어 낯선 곳을 다시 찾아 나서야 한다.
이 동화는 갯벌이 파괴되어 삶의 터전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허위와 위선으로 얼룩진 국책 사업의 민낯이 이야기 속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아울러 우리에게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풋풋한 가족애를 통해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