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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달을 묻다 - 미래아이 저학년문고 28
저자 앙드레 풀랭
출판사 미래아이(미래엠앤비
출판일 2020-09-25
정가 10,000원
ISBN 9788983948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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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8~9 수치의 벌판에서
별이 총총한 밤하늘
포동포동한 황금빛의 달을
성이 난 여자아이가 바라보고 있습니다.
고개를 바짝 쳐들고
눈살을 잔뜩 찌푸린 라티카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달을 노려보고 있습니다.
P. 72~73 두려움이 누그러지다
곡괭이질은 처음엔 무척 힘들었어요.
조금씩 라티카의 몸이 녹으면서
떨리던 것도 점차 사라졌어요.
조금씩 구멍이 커지면서
두려움도 점차 줄어들었어요.
수치심의 벌판에서 라티카는
사미르 씨가 했던 말을
아주 나지막이 되뇌고 있었어요.
“엔지니어는 말이야,
필요한 걸 만드는 사람이란다.”
비웃는 달을 향해 고개를 들고
눈살을 찌푸린 라티카가
힘주어 말했어요,
“난 엔지니어라고!”
라티카는 달을 땅에 묻어 버리고 싶어요. 밝은 달 때문에 마음 편히 볼일을 볼 수가 없거든요. 라티카가 사는 인도의 시골 마을 판다람에는 화장실이 없어요. 그래서 여자들은 사람들 눈을 피해 매일 밤 ‘수치의 벌판’으로 가서 볼일을 봅니다. 인적이 드문 캄캄한 벌판이 판다람 여자들에게는 화장실이지요. 달빛이 밝으면 누가 볼까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어요. 달이 있어서 좋은 점은 뱀이나 전갈을 피할 수 있다는 것 정도예요.

라티카는 아무리 목이 말라도 학교에서는 물 한 방울 마시지 않습니다. 물을 마시면 또 ‘수치의 벌판’에 가고 싶어질 테니까요. 그래도 라티카는 학교에 갈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라티카의 언니 란지니는 열두 살이 넘었다는 이유로 학교에도 가지 못해요. 생리가 시작되면 더는 학교에 다닐 수가 없거든요. 학교에 가지 못하자 란지니는 화가 나서 이곳저곳에 발길질을 해대요. 그런 언니를 보며 라티카도 속상합니다. 열두 살이 되면 라티카에게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거예요. 라티카는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남자애들을 보며 샘이 나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판다람 마을에 정부에서 온 낯선 사람이 나타납니다. 나비넥타이를 맨 사미르 씨는 마을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묻습니다. 정부의 지원으로 엔지니어가 마을 사람들에게 필요한 걸 만들어 줄 거라고요. 남자들은 전기, 여자들은 우물, 남자아이들은 크리켓 공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여자아이들은 아무것도 말하지 못합니다. 라티카는 화장실이 꼭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런 부끄러운 말은 절대 해선 안 된다며 엄마가 말립니다. 하지만 라티카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직접 엔지니어가 되기로 마음먹지요. 엔지니어는 ‘뭔가 필요한 걸 만드는 사람’이라고 사미르 씨가 말했거든요. 라티카는 밤마다 가슴 졸이게 만드는 달을 땅에 묻는 대신 꼭 필요한 화장실을 직접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아직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제대로 된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집 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