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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화병의 인문학 : 근현대편 -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통합의료인문학문고 1
저자 박성호,최성민
출판사 모시는사람들
출판일 2020-09-20
정가 12,000원
ISBN 9791188765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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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머리말
1. 총론: 우리는 왜 ‘화병’을 이야기하는가?
2. 근대를 만난 화병, 고난을 만난 여성 ─ 신소설 속 화병의 재구성
울화는 사람을 병들게 한다 / 유행병 아닌 유행병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병 / 그들은 과연 어떻게 치유되었을까?
3. 욕망에 눈을 뜬 여성과 신‘ 경쇠약’ ─ 번안된 화병
다이아몬드가 낳은 병, 신경쇠약 / 욕망을 좇는 여성은 질병을 만난다
왜 하필 신경쇠약이었을까? / 번안된 소설, 번안된 질병
4. “나는 신경쇠약을 앓고 있소” ─ 여성에서 남성으로, 이야기에서 문학으로
누군가에게는 중2병, 누군가에게는 신경쇠약
여성에게서 남성으로, 오점에서 자랑거리로
번안된 질병의 재번안, 혹은 받아쓰기 / 신경쇠약이 쏘아올린 작은 공
5. 전쟁의 소용돌이와 화병 ─ 상처받은 심신(心身
전쟁이라는 화(禍, 그리고 화병(火病 / 전쟁의 후유증으로서의 ‘화병’
베트남전쟁 용병의 상흔(傷痕
6. 난장이 가족의 화병 ─ 산업화와 소외된 인간
한강의 기적 / 경제 성장의 이면들
도시인들의 중압감과 분노 / 목소리를 잃은 난장이의 선택
7. 젊어도 늙어도 화가 나는 사회 ─ 사회적 갈등과 화병
가정 폭력과 화병 / 정치적 사건들과 화병
나이와 화병(1 - 젊어서 화병 / 나이와 화병(2 - 늙어서 화병
1.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인은 대체로 ‘화난 표정’이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90년대 이후 우리 스스로도 그러한 표정을 자각할 정도가 되었고, 외국인들은 한결같이 ‘화난 한국인’의 표정을 지적한다는 것이 언론에 심심찮게 거론되었다. 그때의 화난 한국인이란 대체로 오랜 식민통치를 겪어야 했고, 또 6.25라는 엄청난 비극적 상황에 이어 장기 독재체제를 반세기 이상 살아오면서 주눅 들거나 화내거나, 둘 중 하나의 감정이 그렇게 표정으로 굳어지게 된 것으로 진단하였다.
그러나 1987년 민주화를 경험하고, 1997년의 IMF로 인한 크나큰 국난을 극복하면서 2000년대 이후로는 ‘화난 한국인’의 이미지는 거의 불식되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화난 한국인’은 다시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젊은이들은 젊은이들대로 우리 사회의 ‘불공정’을 참지 못하고, 강요된 N포세대로서의 좌절감, 그리고 물려받은 것이라고는 ‘기후위기’에 빠지고 ‘제대로 된 일자리 없음’의 사회뿐이라는 현실 앞에 “분노”한다. 늙은이들은 늙은이들대로, 오늘날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을 일구어 온 주역으로서의 자긍심을 채 누리기도 전에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태 속에서 퇴물로 취급되고, 경제성장의 성과로부터도 소외되어 빈곤으로 내몰리는 상황에 견딜 수 없는 상황을 ‘억울해 하고’ ‘분노’로 표출하고 있다.

2.
‘분노’를 표출한다는 건 그나마 다행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지 못할 때, 다시 말해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기만 할 때, 그것은 고질적인 “화병”이 되어 스스로를 좀먹고 그가 포함한 공동체, 작게는 가정에서부터 크게는 사회와 국가에 이르기까지를 파괴하고 말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사실 “화병” 보유국이기도 하다. “화병”은 한국 고질병이(었고, 고유병이(었다. 한때 국제질병관련 연감에 Hwa-byung(화병이라는 우리말 발음 그대로 실릴 만큼 세계적으로도 주목의 대상이 되었으며, 여전히 한국의 특수한 지역적, 사회적 문화와 관련된 정신의학적 증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