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가 내리는 길, 바람이 가는 길,
아기 고양이 소리가 퍼지는 길, 청설모가 소나무 위로 오르는 길,
박하가 향기를 보내는 길……
오늘 여러분은 어떤 길을 걸었나요?
그 길에서 누굴 만나고 무엇을 보았나요?
길 위에서 만난 우리들, 모두 소중한 존재입니다. _이정아
수록 동화 소개
엄마는 내 마음도 모르고 형 곁에 내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내 곁에 형이 있어서 얼마나 힘이 드는데. _「동단비 옆 동바람」
단비는 형이 좀 밉다. 엄마의 관심은 늘 형에게로 향하고, 형을 챙기느라 어깨는 무겁다. 학교 안에서든 밖에서든 형은 이따금 돌발 행동을 해 단비를 곤란하게 한다. 길을 다닐 때 단비는 항상 형보다 앞서 걷는다. 그런 단비에게 하고 싶은 일이 생긴다. 인형극을 배우는 거다. 모처럼 엄마와 단둘이 인형극 축제에 가기로 한 날, 하필이면 형이 또 이 길에 함께한다. 단비가 겪는 그날의 모험엔 또 어떤 속도의 바람이 불까?
우리는 학교 오갈 때마다 자기 집이 있던 자리를 찾아 철망 안을 힐끔거렸다.
여긴가, 저긴가, 자두는 잘 있는지, 삵은 아직 거기 있을지 궁금했다. _「너 거기 있니?」
무진이네 마을에 생태원이 들어서면서 일부 주민들은 보상금을 받아 다른 마을로 거처를 옮긴다. 공사로 인해 동물들이 다니던 길은 사라지고 산 주위엔 철망이 둘러쳐진다. 철망은 서로 다른 마을에 살게 된 무진이와 주호의 좋았던 사이도 갈라놓고, 무진이네 할머니와 주호네 할머니가 왕래하던 길도 가로막는다. 공사장 길엔 늘 동물들이 죽어 있다. 길이 사라지면서 많은 것이 함께 사라진 것이다. 무진이는 가끔 궁금하다. 철망 안에 갇힌 산속의 삵은 잘 있는지, 우리 집이 있던 자리는 어디인지.
“고양이 물은 갈아 줬니?”
미야 돌보는 걸 또 잊고 있다가 아빠 말에 깜짝 놀랐다.
“얼른 갖다줘라. 잘 데리고 있다 보내야지.” _「고양이가 다녀간 자리」승준이는 시장의 동물 파는 아저씨에게서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