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Chapter Ⅰ 아주 오래된 여인들
# 폐허 속 최초의 여인
『폼페이 여인의 초상』 작자 미상
# 성모 마리아는 예쁘면 안되나요
『성모자와 두 천사』 프라 필리포 리피
# 대체 불가능한 미의 여왕
『비너스의 탄생』 산드로 보티첼리
# 나의 사랑하는 여신들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
#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해
『라 포르나리나』 라파엘로 산치오
# 베네치아의 매혹적인 매춘부
『가슴을 드러낸 여인의 초상』 도메니코 틴토레토
# 젖꼭지에 담긴 기묘한 이야기
『가브리엘 데스트레와 그 자매』 퐁텐블로파
Chapter Ⅱ 순수와 관능의 경계
# 성녀인가, 요부인가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 카라바조
# 피의 복수, 모두 이 남자의 죽음을 보라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 나의 사랑하는 딸아, 너는 여전히 어여쁘다
『마르가리타 공주의 초상』 디에고 벨라스케스
# 화가의 예술 세계를 이끈 두 여인
『플로라』 렘브란트 반 레인
# 순수가 지배하는 원초적인 세계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 옷을 입어도 문제, 벗어도 문제
『옷을 벗은 마하』 프란시스코 고야
# 난 허리가 긴 여자가 좋더라
『라 그랑드 오달리스크』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Chapter Ⅲ 상처받은 영혼들
# 중세의 잔혹한 로망스
『마상 시합이 시작되기 전』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 내 곁을 떠나지 말아요
『카미유, 녹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 클로드 모네
# 불경하고 난폭한 엉덩이
『샘』 귀스타브 쿠르베
# 가난한 여인이 사는 비윤리적인 방법
『다림질하는 여인』 에드가 드가
# 뻔뻔하고 사악한 매춘부들
『나나』 에두아르 마네
# 어찌하여 한 여인이 홀로 남겨져 있는가
『슬픔』 빈센트 반 고흐
Chapter Ⅳ 소란한 시대의 잔상
# 상처 뒤에 오는 것들
『아픈 아이』 에드바르드 뭉크
# 나의 환상 속에 사는 너
『화가 누이의 초상
책 속으로
당시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에 불과했다. 노예의 아들보다 지적 자유가 없었고 어떠한 공적인 교육도 받을 수 없었다. 여성은 ‘남성이 되다가 만 존재’, ‘불완전하고 비정상적인 존재’로 여성의 몸은 기형으로 인식됐다. 후대를 잇기 위해 필요하지만 고대 그리스 사회가 말하는 ‘인간’ 즉, ‘시민’의 범주에 들지 못했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러한 불완전한 존재에게 사랑이나 욕망을 느끼는 것은 그리스 남성들에게 일종의 비극이자 치욕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사회 지도층 남성들 사이에서 동성애가 보편적이고 일종의 명예로 여겨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 p.17
고급 매춘부 코르티잔은 여성에 대한 모든 금지에서 예외로 인정받았다. 그녀들은 남성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정절을 강요받지 않았으며, 글을 쓰고 노래를 할 수 있었다. 외출은 물론 여행도 마음껏 다닐 수 있었다. 이탈리아 시인 프란체스코 포나의 『루체른 여인La Lucerna, 1630』에 등장하는 한 매춘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얻은 가장 큰 보석은 자유이고 그 안에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들이 다 들어 있다.”
--- p.76
『회화의 알레고리로서의 자화상』은 화가로서 그녀의 예술적 정체성과 직업적 자부심이 담긴 그림이다. 자화상 속에서 아르테미시아는 한 손에 붓을, 다른 한 손에 팔레트를 들고 혼신을 다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 뒤로 질끈 묶은 머리, 걷어 올린 소매, 다부지고 당당한 몸에서 예술가의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그림 어디에도 여성으로서 연약하거나 소극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 p.112
전통적으로 여성의 성기 묘사는 금기 중의 금기였다. 남성 중심 사회가 여성의 성기를 기형으로 여기고 혐오했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서양사에서 여성의 성기는 오랜 시간 남성의 페니스가 미처 자라지 못한 흔적으로 여겨졌다. 사회는 페니스의 유무로 인간의 기본 형태를 정상과 비정상, 완전과 불완전으로 나누고 여성을 후자에 두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