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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주권의 야만 : 밀항, 수용소, 재일조선인
저자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출판사 한울아카데미
출판일 2020-08-31
정가 29,000원
ISBN 9788946069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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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밀항자’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갔을까? _권혁태

1부|국경 관리와 밀항
1장조선인의 일본 ‘밀항’에 대한 일제 경찰의 대응 양상 _이승희
2장조선인을 식별하다: 점령기 ‘조선인’과 ‘불법 입국’의 정의에 관하여 _박사라
3장불안전한 영토 밖의 일상: 해방 이후 1970년대까지 제주인들의 일본 밀항 _조경희

2부|수용소의 지정학
4장수용소라는 안전장치: 오무라 수용소, 폴리스, 그리고 잉여 _차승기
5장오무라 수용소와 재일조선인의 강제 추방 법제화 _전갑생
6장예외 상태의 규범화된 공간: 한일 국교 수립 이후의 오무라 수용소 _이정은
7장한일 관계 형성기 부산수용소·오무라 수용소를 둘러싼 ‘경계의 정치’ _현무암

3부|주권의 틈새에서
8장해방 이후 재일조선인 한센병 환자의 ‘삶’ _김귀분
9장밀항·민족·젠더: ‘재일조선인 문학’에 나타나는 ‘인류(人流’ _고화정
10장1960년대 일본의 사회운동과 ‘자기부정’의 사상: 출입국관리 체제 반대 운동을 중심으로 _권혁태
공식 기록에 없는 20세기 조선인들의 탈국경의 역사와
이를 관리하고 외부화한 ‘주권의 폭력’

이 책은 식민지 제국 붕괴 후 주권의 상징인 국경을 넘어 ‘밀항’을 감행한 조선인들의 ‘탈국경의 역사’를 조명한다.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일본연구팀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주변 아시아 지역과의 접점을 통해서 일본의 ‘전후’를 사상적으로 되묻는 작업을 해왔다. 2013년 이후 밀항과 수용소에 관련된 문헌을 함께 읽는 세미나를 진행해왔고 홋카이도대학교와 성공회대학교에서 각각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기도 했으며, 드디어 그 연구 결실을 단행본으로 내놓게 되었다. ‘식민지, 분단, 전쟁, 군사독재’와 이에 맞선 ‘독립, 통일, 평화, 민주화’라는 두 가지 상반된 흐름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좀 더 넓은 시공간을 배경으로 ‘거시적 현미경’을 통해 들여다보고자 시도했다. 그리하여 그 커다란 흐름과는 또 다른 줄기로 끈질기게 이어져온 일군의 사람들, 즉 ‘밀항자’들의 존재를 포착해냈다. 공식 기록에는 남아 있지 않은 이러한 20세기 조선인들의 탈국경의 역사적 경험과, 이를 관리하고 외부화한 ‘주권의 폭력’의 실체를 상세히 그려냈다.
기록되지 않은 ‘밀항자’들의 경험을 연구 주제로 다룬다는 것에는 어떤 함의가 있는가? ‘주권’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은 명백히 ‘비합법적’으로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며, 실제로 당시 국내에서는 ‘배신자’라는 딱지를 붙여 취급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개인들이 양국 사이에서 위험한(때로는 목숨을 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 즉 미완의 탈식민화와 동아시아의 냉전 질서가 갖는 구조적 모순은 숨겨졌다. 현재 대한민국, 나아가 동북아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이들의 존재가 거의 ‘소거’되어 있다시피 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이 책은 이렇듯 주권의 폭력성에 의해 존재 자체가 불법화되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되살려낸, 까다롭고 지난한 동시에 매우 뜻 깊은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가 그은 ‘선’ 하나로 획정될 수 없었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