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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내일의 정원 - 노란상상 그림책 73 (양장
저자 유혜율
출판사 노란상상(A일원화
출판일 2020-09-11
정가 13,000원
ISBN 9791188867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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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나무와 짓밟힌 꽃들에게도 내일이 올까?
“나는 내일을 믿지 않아. 내일을 기다리지 않아.”

거인이 사랑하는 것이 또 하나 있었습니다. 나무와 꽃들이 가득한 거인의 정원이었습니다. 빨갛게 익은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와 꽃향기가 가득한 정원은 거인의 자랑이자 자신 그 자체로 여겼습니다. 거인은 마을 사람들을 초대해 이 정원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모두가 거인의 정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아주기를 바랐습니다. 거인은 마을 사람들을 정원으로 초대하기로 했습니다. 거인은 자신이 열심히 노력한 만큼 아름다워진 정원이 너무나도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을 초대한 전날 밤, 사나운 바람이 거인의 정원을 덮쳤습니다. 꽃향기 가득하던 꽃밭이, 거인의 오랜 친구 같던 커다란 나무가 바람에 휩쓸려 망가져 버렸습니다. 거인이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쳐도 소용없었습니다. 뿌리 뽑힌 꽃과 부러진 나무 위로 차가운 비만 내릴 뿐이었습니다. 거인은 쓰러진 나무처럼 다시 일어날 수 없었습니다. 짓밟힌 꽃처럼 미소를 잃어버렸습니다.
다음 날 마을 사람들은 거인을 찾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빨리 잊어버리라고, 별일 아니라고, 어서 기운 내고 내일을 준비하라는 위로 같지 않은 위로들이었습니다. 거인은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내일을 믿지 않아. 내일을 기다리지 않아.”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폐허 속에서도 다시 노래할 수 있는 용기

이를 지켜보던 소년은 거인과 함께 있음에도 커다란 성에 혼자 남겨진 것만 같았습니다. 도무지 아침이 올 것 같지 않았습니다. 마치 어두운 밤 속에서 길을 잃은 듯했습니다.
소년은 거인과 함께 정원을 가꾸는 대신 작은 새와 마주 보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밝은 눈으로 길을 찾는 고양이, 밤을 뚫고 달리는 기차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내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고양이나 기차가 될 수는 없을지라도 노래는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슬픔에 빠져 있던 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