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용한 여름날 인형들의 가출 소동!
울보 꼬마가 선물하는 어린 시절 순수한 세계!
이마무라 아시코 작가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글과
사카이 고마코 작가의 섬세한 감성의 따뜻한 그림.
조용한 여름날 저녁, 헝겊 인형인 코끼리와 기린과 사자가 작은집의 노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집 밖으로 나온 인형들은 드디어 가출에 성공했다며 기뻐하며 안도의 숨을 내쉰다. 인형들은 코끼리 귀로는 코를 풀고, 사자의 코를 깨물고, 기린의 목을 잡아 마구 던져 버리는 꼬마 때문에 원래 있던 동물원 매점으로 돌아가려고 몰래 집을 나온 것이다. 하지만 막상 세상 밖으로 나오니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렵기만 하고, 기차도 택시도 탈 수 없어 막막해진다. 그때 다락방에 사는 쥐가 나타나 말썽꾸러기 꼬마 녀석이 인형들이 사라졌다고 울어대서 시끄럽다며 불평을 늘어놓는다. 쥐에게 꼬마 소식을 들은 인형들은 왠지 모르게 화가 나면서 가슴이 저려온다. 이때부터 인형들은 “내 코끼이가 없어, 내 기잉이 없어. 내 사쟈가 없어.”하고 우는 꼬마의 발음을 따라 코끼이, 기잉, 사쟈가 되며 꼬마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드러낸다.
이마무라 아시코 작가는 아이와 애착 인형의 이별을 한 편의 단편 소설처럼 아름답게 그렸다. 인형을 의인화하여 인형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며, 감정을 가지고 사람처럼 행동하는 인형의 가출이라는 소재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사랑하는 인형과 처음 이별을 겪게 되는 어린아이의 애착 심리와 정들고 익숙한 대상과 이별하고 나서야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인형들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냈다. 아이만의 미묘한 감성을 부드러운 붓 터치에 감성적으로 담아내는 사카이 고마코 작가는 늘 함께하던 친구 같은 인형들이 사라져 눈물을 펑펑 쏟는 꼬마와 아이들에게 친숙한 코끼리, 사자, 기린 인형을 품에 꼭 안아주고 싶을 만큼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보여준다. 인형들을 다시 만난 꼬마의 뒷모습은 안도감과 기쁨이 고스란히 느껴지며 독자의 마음에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