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형이상학 정초·실천이성비판』은 임마누엘 칸트가 펼쳐 보인 거대한 철학 세계의 핵심인 ‘도덕형이상학’의 예비작업이다. 칸트 철학은 인간 이성 자체에 대한 비판인 ‘선험철학’을 지향하는데, 이를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 도덕형이상학의 확립이다. 이에 『도덕형이상학』(1797 출간을 준비하던 칸트는 그 토대가 되는 작업으로 1781년 『순수이성비판』을 출간하나,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도덕형이상학 정초』(1785와 『실천이성비판』(1788을 저술한다. 따라서 『도덕형이상학 정초·실천이성비판』은 칸트 철학의 큰 맥을 짚기 위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저작이다.
도덕형이상학 정초,
인간의 존엄성을 정립하는 첫걸음
칸트 철학은 선험철학으로 부단히 나아가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선험철학이란 무엇인가. ‘선험’, 즉 인간 이성 자체에 대한 비판을 의미한다. 우리는 독단적인 이성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안다. 다만 칸트는 이러한 이성을 뒷받침하는, 그럼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부당한 학문’에 대한 반성까지 실현하려 한다. 이 부당한 학문은 전통 형이상학과 자연과학이다. 즉 칸트는 학문 자체를 다시 설계하려 한 것이다. 따라서 선험철학은 모든 형이상학에 앞서는 ‘근원적 형이상학’이다. 칸트 철학이 감성과 지성을 아우르고 매개하는 이유다.
칸트는 선험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자연형이상학과 도덕형이상학을 구분한다. 그에게 “[우리 이성 안에] 아프리오리하게 놓여 있는 실천적 원칙들의 원천을 탐구하기” 위해, 또 “도덕 자체가 자신을 올바르게 판정할 실마리와 최상의 규범”을 갖추기 위해 도덕형이상학은 필수적으로 확립해야 할 학문이다. 여기에는 종교, 도덕, 과학의 조화가 포함되고, 이것은 곧 인간의 존엄성을 정립하는 작업이 된다.
이 큰 작업의 첫 단추는 『순수이성비판』이다.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이성 사용을 위한 규준’을 제시하는데, 곧 논의가 불충분했음을 깨닫는다. ‘도덕형이상학’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