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하면 사라지는 동물과 숲
검은 매연을 내뿜으며 등장한 술래가 동물들에게 외친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하면 가만히 있어야 해! 움직이면 죽는 거야!” 동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순식간에 술래의 놀이가 시작된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하는 외침과 함께 날개를 움직인 꿀벌, 뛰어오른 개구리, 먹이를 구하러 가던 북극곰과 순록, 바다로 향하던 거북이 등 동물들이 하나둘 사라져 간다. 결국 모든 동물들 그리고 풀과 나무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몽땅 사라져 버린다. 텅 빈 숲에는 술래의 놀이를 지켜보고 있던 방관자만이 남아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다. 사라진 동물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동물들은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다음 차례는 누구일까?
술래의 경쾌한 외침과 함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시작된다.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동물들은 술래의 새끼손가락에 줄줄이 잡혀 있게 된다. 이 놀이를 해 본 사람이라면 아마 알 것이다. 술래에게 잡힌 친구들을 어떻게 하면 구할 수 있는지 말이다. 술래의 마지막 외침이 끝나기 전에! 먼저 술래의 손을 탁! 쳐야 한다. 행동할 수 있는 건 아직 술래에게 잡히지 않은 사람일 뿐이다. 만약 그 사람이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내가 놀이에 참여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될까? 다음으로 사라지는 건 나일 수도 있지 않을까? 책 중간에 자취를 감춰 버리는 크낙새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멸종되었다고 한다. 크낙새가 사라지기 전에 누군가 술래의 손을 쳐 주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림으로 읽는 깊이 있는 이야기,『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간결하면서도 자유로운 그림과 선명한 색채가 인상적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우리에게 익숙한 놀이를 통해 이야기를 이끈다. 알록달록 생기 넘치는 색상의 동물들과 자연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을 즐겁게 만들어 준다. 책을 애써 집중해 읽지 않아도, 짧은 글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저 책 속 놀이에 빠져들어 함께 노는 기분이 된다. 그러다 텅 빈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