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엄마 아빠가 잃어버린 꿈과 아이들이 꼭 이루고 싶어 하는 소원과
세상의 모든 간절한 마음들에 대하여
「누렁이, 자살하다」는 떠돌이 개 누렁이가 유일한 친구이자 보호자였던 은지가 떠난 뒤 옥상에서 떨어져 숨을 거두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누렁이가 옥상에서 떨어진 것은 정말 사고였을까? 옆에서 은지와 누렁이를 지켜보았던 선웅이는 누렁이가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죽음을 택했을 것이라고 짐작하는데 그 이유는 누군가로부터 처음 사랑과 관심을 받아보았을 누렁이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은지가 누렁이를 보살피며 남모를 외로움과 허기를 달랬던 정황도 이해하기 때문이다. 관찰자였던 선웅이는 은지와 누렁이가 떠난 자리에서 세상에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복잡하고 심오한 사정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표제작인 「이상, 몰래카메라였습니다」는 여자아이들의 우정과 사랑, 질투 등 인간관계가 얼마나 까다롭고 난해한지를 보여준다. 단짝 친구가 다른 친구와 가까워졌을 때 질투가 나는 건 당연하지만 이제 막 십대에 접어든 아이들에게 그런 유치한 감정을 인정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누리는 재윤이의 마음을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에 ‘몰래카메라’ 장난을 시도하지만 뜻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마음을 숨기고 어깃장을 놓다가 관계가 어긋나면 그 역시 조마조마할 뿐. 솔직하고 쿨해지는 건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이상, 몰래카메라였습니다』는 아주 평범하고 일상적인 순간, 아이들이 부쩍 자라는 특별한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단편집이다. 이 아이들은 게으름과 장난을 좋아하고 맨날 즐거운 날들만 가득하기를 바라지만 어느 순간 필연적으로 어른들의 속사정에 눈뜨고 세상의 그늘을 알아차린다. 뿐만 아니다. 바로 그 순간, 자기 마음속에도 캄캄한 동굴이나 복잡한 미로가 숨어 있다는 사실 역시 깨닫는다. 이 이야기들을 읽노라면 오래전 엄마 아빠가 잃어버린 꿈과 아이들이 꼭 이루고 싶어 하는 소원과 세상의 모든 간절한 마음들에 대해 가만가만 생각해 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