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누구나 간첩으로 몰릴 수 있었던 시대의 이야기
제1장 한국에서 간첩이란
1 간첩‘들’이 존재하는 분단 사회
2 남파간첩, 그들에게 강요된 전향
3 누구든 간첩이 될 수 있다, 조작간첩
4 민주화 이후, 나와 다르면 간첩?
제2장 공안통치와 간첩 담론
1 권력의 언어와 간첩을 만드는 문법
2 공안통치와 간첩의 정치학
3 간첩 담론의 특징과 변화
4 간첩의 문화적 재현
5 간첩 공화국의 시민들
제3장 북한의 대남전략과 남파공작원
1 1960~1970년대 북한 대남정책의 추이
2 대남정책 관련 기구와 조직
3 남파공작원의 유형과 활동
제4장 간첩을 만드는 공안기구
1 한국 현대사와 공안기구
2 해방과 분단, 그리고 공안기구의 탄생
3 박정희 정권의 ‘공안통치’와 중앙정보부
4 신군부의 공안기구: 보안사와 안기부
5 민주화 이후의 공안기구에 대한 개혁과 한계
6 끝나지 않은 공안기구의 활동과 간첩 조작
제5장 누구를 간첩으로 만들었나 1 : 월북자 가족
1 역사의 골짜기: ‘간첩 조작’의 시대와 한국전쟁기 ‘이산(離散’
2 유신체제기 월북자 가족 간첩 조작 사건
3 신군부 독재와 월북자 가족 간첩 조작 사건
제6장 누구를 간첩으로 만들었나 2 : 재일한인
1 재일한인 사회의 분단
2 조선총련과 귀국운동
3 민단계의 한국 민주화운동
4 남북한 정부의 재일한인 공작
5 일본을 통한 ‘우회간첩’ 조작 사건
6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 조작 사건
7 간첩으로 내몰린 재일한인
제7장 누구를 간첩으로 만들었나 3 : 재유럽·미국 한인
1 간첩과 조작간첩이 만들어지는 과정
2 왜 유럽의 한인을 ‘간첩’으로 만들었는가
3 동백림 간첩단 조작 사건
4 ‘유럽 간첩단’ 조작 사건
5 ‘유럽 거점 간첩단’ 조작 사건
6 ‘서독 유학생 학원 간첩 침투’ 조작 사건
7 ‘구미 유학생 간첩단’ 조작 사건
제8장 누구를 간첩으로 만들었나 4 : 납북귀환어부
1 해방 이후 근해 어업
의심되면 신고하고, 수상하면 잡혀간 시대
역사학자 8인이 집대성한 조작간첩의 역사
“건전지를 다량으로 사는 사람, 구두창이 물에 젖는 것을 피하는 사람, 동네 사람에게 이유 없이 친절하게 행동하는 사람, 달러를 소지하고 일정한 직업 없이 돈을 많이 쓰는 사람, 굴뚝이나 빨랫줄에 철삿줄을 매어 안테나로 이용 평양방송을 듣는 사람, 일정한 주소가 없거나 수시로 여행과 이사를 하는 사람, 공동변소나 한강 인도교에 낙서하는 사람(사실은 접선 신호, 시골에 나타난 세 사람, 남한의 풍습을 잘 알기 위해 신문이나 광고를 한 자도 빼놓지 않고 읽는다. 간첩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수상한 사람. 뭔가를 모르는 이웃.”
여기서 묘사된 사람은 누구일까? 위 글은 1966년에 11월 대한뉴스 〈이것이 간첩이다〉에 나온 ‘간첩 식별 요령’이다. 혹자는 얼토당토않다며 실소할지도 모르지만, 이는 엄존한 것이었으며, 실제로 이렇게 어이없이 잡혀가 곤욕을 치른 사람이 많았다. 심지어 국내에서만이 아니라 일본, 미국, 유럽 등지에 사는 한인조차 간첩 혐의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저 글이 함의하고 상징하는 더 중요한 맥락이 있다. 누구든, 심지어 이웃이나 가족조차도 의심스러우면 신고하라는 것. 나아가 수상한 사람이면 잡아갈 수 있다는 것. 국가는 누구든 간첩 혐의라는 막연한 정당성을 내세워 잡아갈 수 있도록 이러한 캠페인으로 사회 분위기를 조장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렇다면 국가는 왜, 더 정확히는 국가의 누가, 왜, 누구를, 어떻게 간첩으로 몰았을까? 분단 속 한국 현대사에서 간첩 조작 문제는 매우 중요한 요소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를 본격적이고 전면적으로 다룬 결과물은 드물었다. 이번에 재단법인 들꽃과 역사학자 여덟 명이 힘을 모아 펴낸 《간첩 시대》는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단비 같은 책이다. 이 책은 한국 현대사에 등장한 여러 유형의 간첩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다루고, 조작간첩 사건의 기획과 실행을 주도한 공안기구의 변천 과정이나 한국의 간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