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의 『자본』+조이스의 『율리시스』
<전함 포템킨> <10월> 등 전설적인 혁명 영화를 만들었던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에 대해 오랫동안 떠돌던 풍문이 있었다. 그가 마르크스의 『자본』을 영화화하려고 했었다는 것, 그것도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와 같은 방식으로 찍으려 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1973년, 소비에트 영화잡지 『영화예술』에 에이젠슈테인이 남긴 작업노트의 일부가 공개되면서 그러한 기획이 실재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상당히 구체적이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자본』이라는, 영화화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텍스트를 영화화한다는 기획도 그렇거니와 그것을 조이스의 방식으로 찍겠다는 명제는 사람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고, 더군다나 에이젠슈테인이 실제로 파리에서 조이스를 만나 이 목표를 밝혔고 조이스가 동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화제가 되었다.
1927년 10월 12일, 영화 <10월>의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모스크바로 돌아온 에이젠슈테인은 작업노트에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결정했다, 마르크스의 시나리오에 따라 『자본』을 영화화하기로. 이것이 유일한 형식적 해결책이다.” 그 후로 2년 동안 에이젠슈테인은 이 계획에 매달린다. 에이젠슈테인은 당대 가장 잘나가는 감독이었고, 특히 <10월>을 만들 때는 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막대한 자원을 동원하여 영화를 찍을 수 있었지만, 이 ‘<자본> 프로젝트’는 환영받지 못했다. 그는 소비에트 중앙위원회와 프랑스의 고몽영화사, 심지어 할리우드에까지 이 프로젝트를 제안했지만 누구도 이를 지원하려 들지 않았다. 심지어 스탈린은 에이젠슈테인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감독 스스로는 (적어도 한동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는 작업일지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자본>은─공식적으로─제2인터내셔널에 헌정될 것이다. 모두들 분명 ‘만족할’ 것이다. 모든 방면에 걸친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타격으로 이보다 더 파괴적인 공격을 생각해내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사유의 과정을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미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