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 길 위의 미각소년이 보내온 편지
Flavor Road One : 맛의 기본을 이루는 것들
01 님아, 그 지방을 떼지 마오
02 식재료 덕에 이름을 남긴 공작
03 요리계의 슈퍼히어로
04 쓴 맛을 보다
05 요리의 표정을 바꾸는 한 방울
06 숨을 죽여 숨을 살리다
07 트라파니의 ‘짠’ 바람
08 숙성의 가치를 숙고해보다
09 진열대가 없는 정육점
10 당신의 육식 취향을 저격하다
Flavor Road Two : 최고의 맛을 찾아서
11 세계 최고의 스테이크를 찾아서
12 가을바다를 품은 맛
13 굴의 문화사
14 파리의 아티장 정육업자
15 수도원에서 만든 천국의 맛
16 미각의 계절
17 예술의 경지에 오른 돼지 뒷다리
18 도쿄의 뒷골목에서 만난 꼬치의 장인들
19 갈리시아에서 만난 괴물
20 음식에 담긴 혁신의 의미
Flavor Road Three : 미각의 문화사
21 식사의 목적
22 유럽의 라이스 로드[rice road]를 걷다
23 시칠리아에서 여름나기
24 스칸디나비안의 크리스마스를 맛보다
25 폴리티크 누들[politique noodle]
26 이탈리안 커피부심
27 현지의 맛
28 라구라고 다 같은 라구가 아니라구
29 서양 음식사의 극적인 사건들
30 이탈리아와 프랑스 음식에 얽힌 사소한 오해
31 교토의 시장에서 느낀 채소 절임의 풍미
Flavor Road Four : 삶을 위로하는 음식들
32 척박한 삶을 견뎌온 자들의 우아한 양식[糧食]
33 버릴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34 프랑스인들의 ‘살’ 같은 요리
35 피에몬테에서 만난 봄의 전령
36 약은 약사에게, 커피는 바리스타에게
37 나그네의 안식처, 살루메리아
38 가난한 자들을 위한 따뜻한 한 끼
음식의 맛이란 무엇인가?
음식의 풍미에 담긴 함의를 되새기다!
음식의 맛을 전달하는 건 뜻밖에도 바람[風]이다. 음식의 맛은 공기 중 바람을 타고 특유의 향[香]을 발산하며 인간의 감각을 달뜨게 한다. 그래서일까, ‘음식의 고상하고 우아한 맛’이란 사전적 의미를 지닌 ‘풍미[風味]’가 한자어 그대로 ‘바람난(의 맛’으로 읽혀도 조금도 어색하거나 이상할 게 없다.
서양에서도 풍미를 뜻하는 ‘flaveur’[영어식 표기 : flavor]란 단어의 속살을 뜯어보면 단순히 ‘맛’이란 말로 한정해 설명하지 않는다. 세계 3대 백과사전인 『라루스 백과사전, Grand Larousse Encyclopedique』의 요리편에는, “어떤 음식으로부터 후각적, 미각적으로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인지의 총체로서 경우에 따라 온도, 촉각, 화학적 느낌을 포함한다”라고 풍미를 뜻하는 flaveur를 정의한다. 그렇다. 인간이란 미각과 후각에 더해 시각과 청각, 촉각까지 무려 다섯 가지 감각을 지닌 꽤 섬세하고 까다로운 존재이다. 결국 풍미 안에는 맛과 향 말고도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는 분자[分子]들이 복잡한 구조를 형성하며 존재하는 것이다.
그가 이탈리안 셰프의 길을 뒤로 하고
플레이버 보이가 되어 길 위에 선 이유
매우 섬세한 인간의 감각은 그들을 다양한 종(種으로 진화시켰고 다양한 문명을 낳았으며, 또 다양한 민족과 국가로 나누었다. 그리고 그들이 제각각 먹는 음식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해졌다. 폼 나는 이탈리안 셰프를 꿈꾸며 유학길에 올랐던 저자는, 음식에 담긴 문화사적 함의에 빠진 뒤 결국 꿈을 수정하고 말았다. 음식을 맛있게 조리하는 요리사에서 음식의 맛을 탐사하고 글을 쓰는 요리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는 세상 사람들의 혀를 매혹시켜온 ‘바람난 맛[風味, flavor]’을 찾아 국경을 넘으며 세계를 누볐다. 최고의 스테이크를 찾아 스페인의 광활한 도로를 달렸고, 이탈리아의 한 올리브 농장에서 쓰디쓴 올리브 열매가 어떻게 감칠맛 나는 열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