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나중에 뭐가 될까요? 경찰? 소방관? 아니면 챔피언?”
코가 길고 영리한 슈나우저, 용맹한 불도그, 아름다운 달마티안, 힘이 넘치는 그레이하운드 등 이 가족의 구성원들은 하나같이 멋진 모습이다. 『쫌 이상한 사람들』을 비롯한 몇 권의 그림책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새로운 방식의 재미를 선보였던 화가 미겔 탕코는 특유의 유머러스한 스타일의 그림으로 유서 깊은 이 가문의 스토리를 생생하게 재현해 낸다. 장면마다 알알이 놓인 귀여운 아이러니를 음미하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우리는 이내, 플랩 속 한 컷의 그림 안에 생각보다 치열했고 예상보다 뭉클했던 저마다의 삶의 세부가 묻어 있음을 알게 된다.
“저는 나중에 뭐가 될까요? 경찰? 소방관? 아니면 챔피언?” 주인공이 물을 때마다 아빠는 “뭐가 되든, 대단한 개가 될 거다!” 하고 대답한다. 호기롭고 너그러운 아빠의 목소리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엄청 엄청 대단하다는 건 어떤 걸까?
재치 있는 문장과 기발한 설정, 웃음 속에 깊은 철학을 담아 건네는 작가 다비드 칼리의 저력은 이번 작품에서 그 진가를 드러낸다. 대단한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이 있다는 걸까? 대단하다는 것은 과연 무얼까? 우리는 꼭 무언가가 되어야 할까?
『대단한 무엇』의 대단원에는, 이 모든 물음을 시원하게 정리해 줄 반전이 숨어 있다. 모두가 무심코 대단히 여기던 가치와 가족이라는 이름 뒤에 놓여 있던 편견에 대해 다시 한번 곱씹게 되는 것이다. 이거야말로 정말 대단하다는 감탄을 절로 부르는 작가의 솜씨다. 같이 웃고 같이 이야기하고 같이 감탄하는 기쁨을 선사할 그림책이다.